최근 주요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 집 마련에 드는 부가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소비자들의 고민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치솟은 집값 마련 부담만 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니 중개수수료나 각종 세금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겁니다.
'소유권 이전등기'도 그중 하나입니다. 소유권 변경 사실을 등기부에 기입하는 이 절차는 등기사고 우려 때문에 법무사에게 위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수임료가 주택 가격의 0.1% 수준이니, 현재 서울에서 중간 가격 아파트(KB국민은행 기준 10억2,500만 원)를 매수한다고 가정하면 100만 원 넘는 비용이 드는 셈입니다.
이렇다보니 아예 '셀프 등기'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2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당사자'가 직접 한 부동산 등기 신청은 △2019년 1만1,848건 △지난해 1만9,841건 △올해 2만3,086건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체 부동산 등기 신청 중 차지하는 비율도 2019년 평균 0.32%에서 지난달 0.78%까지 높아졌습니다.
대리인 없이 직접 하는 소유권 이전등기의 핵심은 '꼼꼼한 서류 준비'에 있습니다. 지참해야 하는 서류 종류가 적지 않아 언뜻 혼자하기에 버거워 보이지만, 서류만 준비되면 복잡한 권리분석 같은 것은 필요 없고 제출만 하면 되니까요.
우선 잔금 지급과 동시에 매도인으로부터 등기필증과 매도용 인감증명서, 주민등록표 초본,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 위임장을 받아둬야 합니다. 위임장엔 반드시 인감증명서상의 도장과 일치하는 인감도장 날인이 있어야 합니다.
매수인 스스로 챙겨야 할 서류는 크게 신분증,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본인의 주민등록표 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부동산거래계약신고필증, 토지대장등본 및 건축물대장등본 등입니다. 만약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는 부동산을 매입한 경우라면 토지거래허가서, 농지를 취득했다면 농지취득자격증명원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잔금 납부 후부터 등기신청 전까지 각 단계에서 발급받는 영수필확인서 등 모든 서류를 모아놓는 게 좋습니다.
서류가 준비됐으면 먼저 관할구청에 부동산거래계약신고필증과 매매계약서 사본 등을 내고 취득세 고지서를 발급받습니다. 은행이나 위택스(Wetax)를 통해 취득세를 납부하고 영수필확인서 등 납부확인서를 챙깁니다.
이후에는 은행에서 제1종 국민주택채권과 수입인지를 매입해야 합니다. 국민주택채권은 국민주택사업에 필요한 기금 조성을 위해 발행하는 국채로, 등기신청을 할 때 의무로 매입해야 합니다. 공동주택의 경우 시가표준액에 주택 구간 매입률을 곱한 금액을 납부하면 됩니다. 5년 만기 후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을 수 있지만 대개는 즉시 할인 방식으로 매입과 동시에 은행에 되팝니다. 즉시 매도를 할 경우엔 인터넷은행을 통한 매입도 가능합니다.
수입인지도 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 기획재정부의 전자수입인지 납부서비스 사이트에서 종이문서용 인지와 전자문서용 인지를 구별해 매입할 수 있습니다. 만일 주택 거래금액이 1억 원 이하이면 수입인지 매입 면제라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남은 건 셀프 등기의 핵심,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입니다. 등기소를 찾아가 매도인에게 받은 서류와 매수인 본인 지참 서류, 앞서 매 단계에서 받은 영수필확인서 등을 참고해 신청서에 기입하고 첨부 서류를 제출하면 됩니다. 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전자신청서인 e-Form을 미리 채워넣고 출력한 뒤 등기소를 방문해 제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아예 인터넷등기소에서 신청부터 접수까지 모든 절차를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전자신청을 하려면 금융기관으로부터 실지명의(實地名義·주민등록표상 명의나 사업자등록증상 명의) 확인이 가능한 전자서명 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첨부문서는 PDF 파일로 변환해 첨부하면 됩니다.
수수료는 등기소에서 서면으로 제출할 때 1만5,000원, e-Form 양식으로 작성 후 방문 신청 시 1만3,000원, 전자신청 1만 원입니다.
셀프 등기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서류 누락'입니다. 최악의 경우 잔금을 치르고도 서류 미비로 소유권 등기가 지연된 사이에 가압류나 가처분 등 제3의 권리관계가 치고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잔금 납부 후 60일이 넘도록 등기를 하지 못하면 과태료도 내야 합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 이용자라면 셀프 등기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담보물인 주택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을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자의 미숙으로 수천만에서 수억 원대의 등기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주담대 상품을 이용할 경우 은행은 은행과 연계된 법무사 선임을 고객에게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