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성범죄, 부실급식 등 병영 악습 개선을 위해 꾸려진 민관군 합동위원회(합동위) 위원들의 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각 군 성추행 사건 처리에서 드러난 부조리 등을 개선하려는 논의에 국방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 사법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혁하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군이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유감이다.
25일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 등 위원 6명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 6월 출범한 합동위에서는 벌써 위원 14명이 사퇴했다. 대부분 운영 방식 등에 불만을 제기하며 물러났는데 사퇴한 위원들은 “국방부가 개혁 의지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국회가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는 가운데 합동위가 지난 18일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의결했는데도 국방부가 20일 국회에 “군사법원이 폐지될 경우 우려사항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며 마치 군사법원 폐지에 부정적 논의를 한 것처럼 왜곡 보고를 한 사태가 결정적으로 보인다.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고등군사법원(2심)을 폐지하고 군사법원(1심)은 군사범죄 사건만 담당하고 군인 성범죄사건은 수사와 기소, 재판을 모두 민간검찰과 법원으로 넘겼다. 고등군사법원만 폐지하겠다던 국방부 입장에 비하면 한 걸음 나아간 건 분명하지만, 특정 사건만 외부로 이관될 경우 오히려 군내 성폭력 사건들이 은폐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근본적 해법인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합동위와 인권단체들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
국회 심의 과정과 합동위 운영에서 드러난 군의 행태는 여론의 질타를 일단 피하면서 기득권을 지키고 기존의 관행을 유지하겠다는 태도 아닌가. 군이 병영문화를 개선해 장병들을 보호하는 일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가 만들어져도 군내 성범죄, 범죄 은폐와 같은 부조리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군 사법체계와 병영 악습에 대한 국민들의 들끓는 분노는 군의 확고한 개혁 의지 없이는 해소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