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설적 록밴드 '너바나' 앨범 표지에 알몸으로 등장했던 이른바 '너바나 베이비'가 밴드 멤버들을 '아동 성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앨범이 발매된 지 30년만이다. 사진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면서 평생 고통 받았다는 주장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1991년 앨범 '네버마인드' 표지모델이던 스펜서 엘든(30)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LA연방법원에 1인당 최소 15만 달러(약 1억7,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생존해있는 밴드 멤버 데이브 그롤과 크리스트 노보셀릭, 1994년 사망한 커트 코베인의 아내 코트니 러브와 앨범 표지를 찍은 사진작가 커크 웨들, 음반사인 유니버설 뮤직 그룹 등 15명이 대상이다. 그는 또 너바나가 네버마인드 앨범으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금지 소송도 청구했다.
엘든의 변호인은 소장에서, "너바나가 아동 성 착취물을 의도적이고 상업적인 목적으로 마케팅했다"며 "음악 홍보를 위해 엘든을 희생양으로 삼았고 그의 충격적인 이미지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또 30년 전 엘든 부모는 앨범 표지 사진 사용에 서명하지 않았고 금전적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너바나 측이 그의 생식기 부분은 가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때문에 평생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고소인의 주장이다. 엘든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표지 사진 촬영 당시 갓난아기였던 자신에게는 어떤 선택권도 없었다면서 창피함을 상쇄할 어떤 보상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소송을 두고 NBC 방송은 "유아의 비성애적 누드 사진은 일반적으로 아동 성 착취물로 간주하지 않지만, 엘든 측은 표지가 그를 '성 노동자'로 만들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네버마인드'는 1991년 발매된 너바나 정규앨범 2집이다. 당시 생후 4개월이던 엘든이 벌거벗은 모습으로 낚싯바늘에 매달린 1달러 지폐를 향해 물 속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표지로 사용했다.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 '컴 애즈 유 아' 등의 노래가 인기를 끌고 앨범이 세계적으로 3,000만장 이상 팔리면서 덩달아 앨범 표지도 화제가 됐다. 당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았다'는 해석도 나오면서 빌보드가 선정한 역대 50대 앨범 커버 순위에서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엘든 역시 '너바나 베이비'로 유명해졌다. 당시 엘든의 부모는 '모델료'로 200달러(약 22만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