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시간의 사투… "쓰레기통에서 살아 돌아온 아기 돕자" 엄마들이 뭉쳤다

입력
2021.08.25 16:30
기저귀·물티슈 부족 소식에 대거 물품 후원
물품 넘치자 치료비 모금 "퇴원 후도 걱정"

충북 청주시에서 탯줄이 달린 채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발견, 구조된 신생아 소식을 접한 주부들이 모이는 '맘카페' 이용자들이 적극 후원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신생아가 아직 출생 신고도 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나 복지단체의 후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유아물품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해 급히 필요한 물품을 보내고 치료비 모금에도 동참했다.

25일 충북 지역 한 맘카페에는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3일,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은 유기 신생아를 후원해 주세요"라는 공지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아이는 사흘 가까이를 비좁은 쓰레기통에서 버텨낸 작은 생명"이라며 "몸 곳곳 상처 부위에서 괴사가 진행되고 심각한 탈수 증상까지 겹쳐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위중한 상태로 2차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치료비는 물론 당장 사용할 기저귀나 물티슈도 부족한 상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올린다"며 물품 후원과 치료비 모금처를 안내했다.

충북뿐 아니라 대전, 강원 등 여러 지역 맘카페에서 회원들이 글을 퍼 나르며 "신생아의 현재 상황"에 안타까움을 보이며 후원 및 모금에 동참해 달라는 글을 작성했다.

회원들은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 않다" "조그마한 금액이지만 후원금을 보냈다. 아이가 잘 치료받고 회복하길 바란다" "퇴원 이후도 문제일 것 같다. 생필품을 후원하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달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24일 KBS에서 이 신생아의 사정을 알리는 방송 보도가 나온 이후 치료를 받고 있는 충북대병원에는 후원 방법을 문의하는 연락이 쏟아졌다. 한 회원은 "물품 후원은 충분히 들어왔다고 하니 이제는 모금으로 동참해 달라"고 제안했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신생아는 21일 오전 3시쯤 청주시 흥덕구 한 식당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아기는 얼굴과 목 등에 상처를 입은 상태로 패혈증 증세를 보이는 등 생명이 위태로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범인을 붙잡았다. 확인된 신생아 유기범은 아이의 친모로, 18일 오전 8시쯤 아이를 둔 뒤 방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가 최소 67시간 동안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 있었던 것이다. 친모는 23일 영아살해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