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가족이라는 굳건한 세계를 깨뜨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증오'란 무엇인가. 한 예언 때문에 일어난 가족의 분열과 비극을 다룬 책. 영미 15개 매체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 출입이 금지된 저주받은 강에서 낚시를 하던 벤저민과 형제들은 환영을 본다는 예언자 아불루를 만난다. 아불루는 벤저민 가족의 맏형인 이켄나가 곧 어부의 손에 죽을 것이라는 예언을 하는데, 이켄나는 이를 자신의 형제들 중 하나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해석한다. 가족들을 멀리하다 결국 가출까지 하게 되는 이켄나. 이들 가족 사이에는 서서히 분열이 생기고 비극이 시작된다. 구픽·388쪽·1만5,000원
△그녀를 만나다
정보라 지음. 2021년 '저주토끼'의 영국판 출간과 함께 독일, 노르웨이, 터키, 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투쟁을 불사했던 작가는 법 제정을 기원하며 쓴 단편 '그녀를 만나다'를 비롯해 '씨앗', '여행의 끝' 등 여덟 편의 작품을 엮었다. 숱한 패배와 후퇴에도 승리를 향해 투쟁하며, 그 속에서 결코 연대를 잃지 않은 채 서로를 위로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아작·356쪽·1만4,800원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신용목 지음. 작가는 이미 지나버린,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만들어내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의미에 주목한다.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순간이 있지.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일들이 있어서"라고 말하는 화자는 존재하던 것이 사라져버리는 필연적 운명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은 감정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과거에 있었던, 혹은 지금 존재하는 현상을 끝까지 포착하고 그것에 대해 말함으로써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이 시 전반에 나타난다. "영혼의 핀셋을 나무의 긴 손가락에 쥐여주고, 계절의 톱니바퀴에 감긴 울음과 울음의 결들을 다 뽑아 한낮의 푸른 잎으로 달아놓을"('시간은 취한 듯 느리고')이라면서 말이다. 문학동네·152쪽·1만 원
△여자가 쓴 괴물들
리사 크뢰거, 멜라니 R. 앤더슨 지음. 안현주 옮김. 관습에 반대하고 장벽을 허문 선구안을 지닌 여성 호러 작가들에 대한 흥미진진한 논픽션이자 200편이 넘는 으스스하고 신비한 추천도서까지 망라된 백과사전. 열아홉 살의 나이에 괴기 소설의 고전 '프랑켄슈타인'을 펴낸 메리 셸리를 비롯해 메디컬 미스터리의 선구자 L. T.,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앤 라이스까지 100명 이상의 호러 작가와 200편 이상의 작품을 엄선했다. 이들 여성작가의 삶과 작품, 그리고 문학사적 위치를 조망한다. 구픽·388쪽·1만8,000원
△우리를 정의하는 것은 우리의 행동입니다
권재원 지음. 류재화 옮김. 전 세계 화폐 앞면을 장식하고 있는 여성 위인들의 삶을 다룬 책. 화폐에는 대부분 역사적으로 각 나라를 상징하고 국민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인물들이 들어간다. 그러나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화폐에는 대부분 남성의 얼굴이 그려진다. 이에 저자는 여성 인물에 집중해 그들이 '여성'으로서 겪은 고난과 오늘날 그들이 주는 교훈을 돌아본다. 보건의료 정책가이자 세계 최초의 여성 사회학자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교육사의 거인 마리아 몬테소리 등 독보적인 업적 뒤 그들에게 드리워졌던 차별과 편견의 그림자를 파헤쳐 본다. 서유재·200쪽·1만4,000원
△참새
정호승 지음. '슬픔이 기쁨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 등으로 잘 알려진 한국 대표 서정 시인 정호승의 동시 64편을 실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 책 박람회인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2년 연속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모예진 작가의 그림을 더했다. 시의 화자들은 보도블록 틈에 핀 민들레, 도로 위를 위태롭게 지나는 달팽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지하철 계단에서 김밥을 파는 할머니와 엄마를 바라보는 사랑을 드러내기도 한다. 생명에 대한 사랑, 아울러 어린이가 표현하는 순수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본다.
△나의 특별한 친구 문어
이사벨 마리노프 지음. 이숙진 옮김. 세상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자폐아 소년과 수족관 문어의 우정, 소통의 이야기. 자폐증을 앓고 있는 '레오'에게 세상은 시끄럽기만 한 존재다. 늘 귀를 막은 채 살아가던 레오는 어느 날 동네 수족관에서 다리는 여덟 개에 심장은 세 개, 앵무새처럼 부리를 가진 문어 '마야'를 알게 된다. 레오는 그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문어에 대한 책을 찾아보는 등 마야를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둘은 가까워지고 마야는 어느덧 레오가 주는 편안함의 감정을 색깔 신호로 나타낸다. 레오는 그렇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노란돼지·36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