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도입" vs "시기 상조"…전문가도 엇갈린 '위드 코로나'

입력
2021.08.25 14:00
김윤 서울대 교수, 엄중식 가천대 교수 대담
김윤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 거의 없어...
의료 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서 단계적 폐지"
엄중식 "거리두기 덕분에 확진자 이 정도 수준
어떤 시책이 효과가 덜한지 가늠하기 어려워"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소화하거나 폐지하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단계적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와 "시기 상조"로 갈린다. 당장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보는 관점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위드 코로나 관련 대담을 나눴다.

두 사람은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집단면역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김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행을 주장했고 엄 교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 시행한다면 어떻게

김 교수는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효과가 별로 없는 거리두기 시책은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여전히 효과적인 신속 검사, 역학조사, 격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현재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확진자 1명당 격리 대상자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확진자 수도 그에 비례해서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단계적' 완화가 필요하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민간병원 포함 비응급·비중증환자 진료에 내놓을 수 있는 병상과 인력을 고려해 합리적 수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그에 따라 "영국처럼 축구 경기장에 한꺼번에 마스크를 벗고 들어가서 환호하는 것은 우리는 할 수 없다. 개인이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지속돼야 한다"고 했다.


엄 교수는 반면 "부분적 조정을 통해 영향을 최소로 받는 유행 상황을 만든다는 것은 이상"이라고 반박했다. "델타 변이를 경험하면서 거리두기 시책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이고 덜 효과적인지 가르기가 매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덜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던 시책을 거리두기에서 빼버렸을 때 방역 구멍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리두기 완화 또는 폐지로 환자들이 대량 발생했을 때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으면 위드 코로나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엄 교수도 영국의 예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영국은 백신접종률이 70%를 넘겼을 때 거리두기를 중단했는데 이후 매일 2만 명의 확진자와 100~20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매일 2,000명씩 사망하다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나마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우리는 2,000명 수준의 환자가 나오는데도 지자체의 역학조사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델타 변이의 속도를 못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처럼 매일 만 명대의 환자가 나온다면 우리 역학조사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 여전한가

김 교수는 하지만 거리두기의 세부 내용별 효과를 판단할 근거가 충분하다는 반론을 폈다. 1년 반 동안 코로나19와 싸워 오면서 거리두기를 완화할 때 활용할 만한 근거가 상당히 축적돼 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한 서울대 의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면 사람들의 이동량이 감소했지만 올해는 그런 양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또 이동량의 변화와 확진자 수 증가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동량은 정부 지침이 아닌 개인의 위기감에 따라 결정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4단계 격상 전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자 이동량이 줄었는데,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드니까 다시 이동량이 회복됐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엄 교수도 거리두기가 오래 지속될수록 효과가 떨어진다는 데엔 동의했다. 그러나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유행이 억제되는 양상"이라며 "거리두기의 효과는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리두기에 정말 효과가 없다면 델타 변이의 전파력과 우리 사회구조상 훨씬 더 많은 확진자가 나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느린 백신 접종 속도를 거리두기가 보완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과 거리두기가 평형을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의 목적을 '이동량 제한'이라고 본 반면, 엄 교수는 '접촉하는 시간과 공간의 제한'으로 본 것도 달랐다. 엄 교수는 "이동량이 늘어나도 접촉이 많이 일어날 수 있는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시간, 공간 제한이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고 봤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