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사전청약 물량을 10만1,000가구 늘린다. 공공택지 내 공공분양으로 한정했던 사전청약 대상을 민간분양과 도심 공공개발사업으로 확대하며 미래의 물량까지 2, 3년 앞당겨 내놓는 것이다. 당장의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의지인데, 그 효과를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국토교통부는 '공공택지 사전청약 확대 방안'을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총 10만1,000가구를 사전청약으로 추가 공급한다고 25일 밝혔다. 기존에 발표한 물량까지 합치면 총 16만3,000가구가 사전청약으로 풀리는 셈이다. 수도권에서만 13만3,000가구가 사전청약으로 공급되는데, 이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수도권 민간아파트 일반분양(11만3,000가구)을 상회한다.
정부가 사전청약 확대 카드를 꺼내든 건 '고점 경고'에도 집값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당장 공급을 늘릴 수 없으니, 미래의 물량을 현재로 끌어온 것이다. 공급 신호를 통해 단기 수급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고육지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매시장의 쏠림 현상이 일부 해소되는 등 수요가 분산될 것"이라며 "30대의 경우 심리적으로 내 집 마련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팀장은 "정부 입장에선 앞서 실시한 1차 사전청약의 높은 경쟁률에 고무돼 매수 수요를 끌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공공분양에만 적용하던 사전청약 제도를 민간시행 사업으로까지 확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한 신규 물량 중 80%가 넘는 8만7,000가구가 민간분양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사전청약 당첨자가 본청약 시 계약을 포기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커 그리 달가워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에 정부는 민간의 사전청약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등 '당근'을 준비했다. 사전청약 시행 업체에 추후 다른 공공택지 공급 시 가점을 부여하거나, 미분양 때는 정부가 분양 물량 일부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정부의 공급 계획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획기적인 물량"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당장 과열된 상황에서 미래 수요를 현재화하는 것이 시장 안정에 효과적인 수단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전청약 확대가 주택 공급량 자체를 늘리는 게 아닌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매매시장의 수요 분산 효과는 있겠지만,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대선이 6개월여 남았으니 정부로서도 사전청약 외엔 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입주 전까지 전·월세 시장에 머무르면 전·월세 가격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전청약 물량 대부분이 경기와 인천에 있어 서울의 집값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 등 도심에서 추진 중인 '2·4 주택 공급대책' 사업도 사전청약 대상에 포함됐지만 1만4,000가구 규모로 민간분양 추가 물량의 4분의 1 수준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분양 사전청약 대부분이 경기에 집중돼 있어 서울 집값 안정화에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