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주유소,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전환해야

입력
2021.08.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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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서 정부는 2050년까지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88.6~97.1%이며, 주로 기존 내연기관차를 전기·수소차로 전환, 전체 차량의 76~97% 수준까지 확산시켜 그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40년까지 수송에너지 전환으로 주유소 1개소당 평균 30% 이상 영업 손실이 발생하며, 2019년 말 기준 11,509개 주유소의 74% 정도인 8,529개소가 향후 20년 이내에 퇴출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주유소의 몰락을 지켜보기에는 도심지 내 차량의 접근성이 우수한 목 좋은 부지가 너무도 아깝다. 어차피 차량을 대상으로 수송용 에너지 공급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해당 부지는 전기·수소차 충전소 부지로 전용될 수 있다. 또한, 필요한 전기·수소를 부지 내에서도 일부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가령 주유소를 수소충전소로 전용하고, 도시가스 배관망에 연결된 수소추출기와 천연가스를 부지 내에 설치된 연료전지에 연결, 생산된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면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연료전지, 태양광발전, 수요반응 자원 등과 함께 분산형 전원으로 통합 가상발전소(VPP)를 통해 전력시장이나 지역 직거래 소비자에게도 공급할 수 있다.

이처럼 연료전지·태양광발전·전기차충전·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통합 설치된 주유소가 바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다. 만일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분산형 전원으로 활용할 경우 350㎾급의 초급속 충전기 1,500대가 525㎿ 규모의 석탄발전소 1개 발전량 정도의 전력을 소비하는 만큼 국가 전력망 계통의 전력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더욱이 수도권 및 대도시의 경우 연료전지 등 분산형 전원 구축 시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고, 소음도 적어,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전환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지난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에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통해 친환경 분산 발전 인프라를 구축해 기존 주유소의 활용성 증대는 물론 국내 전력망 안정에도 이바지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규제이다. 현행법률상 주유소에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구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유소 부지 내 허용 가능한 시설물에 연료전지 등을 포함하는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에너지 슈퍼스페이션 전환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 조성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과 같이 수요지 인근 분산형 전원 활성화를 위해, 가령 현재 논의 중인 청정수소 의무발전제도(CHPS) 등과 연계된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도 검토가 필요하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