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자국민을 탈출시키려고 보낸 항공기가 무장 괴한에게 납치된 뒤, 이란으로 향했다는 주장이 현지 고위 당국자 입을 통해 나왔다. 해당 공직자가 소속된 우크라이나 외무부가 즉각 부인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지난해 이란의 여객기 오인 격추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국제사회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예브게니 예닌 우크라이나 외무부 차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방송 흐로마드스케 인터뷰에서 “22일 우크라이나 수송기가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정체 불명의 사람들에게 납치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납치범들은 무장을 하고 있었다”며 “오늘 이 항공기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태우는 대신 정체를 알 수 없는 승객들을 태우고 (항로를 바꿔) 이란으로 날아갔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크라이나 정부가 항공기를 되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올렉 니콜렌코 외무부 대변인은 “카불이나 다른 곳에서 납치된 우크라이나 항공기는 없다”며 “(납치 발언은) 국민들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외교관들이 겪어야 했던 전례 없는 어려움을 일반적으로 설명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아프간에 있는 국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파견한 모든 (우크라이나) 항공기가 무사히 돌아왔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총 세 차례의 항공편으로 256명을 대피시켰다는 설명이다.
예닌 차관의 발언이 알려진 뒤 일각에선 이란 정부가 배후라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이란 항공당국도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이란 민간항공청은 “해당 항공기가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에서 연료를 보급받은 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날아갔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한 공직자의 ‘말실수’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작년 이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피격 사건을 떠올린 세계 각국은 또 한 번의 국제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번 해프닝을 보도하면서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국제항공 여객기가 (이란) 테헤란을 이륙한 직후 이란혁명수비대(IRGC)에 의해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사망한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