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지원 탈락' 대학들 "자의적 편향적 정성평가로 생사 갈라"

입력
2021.08.24 22:00

'대학 살생부'로 불리는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가(假)결과를 둘러싼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 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대학들이 평가 공정·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세부 평가결과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진행된 두 차례 평가에서 대학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진 적은 없다.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들의 갈등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각 대학에 따르면, 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해 내년부터 3년간 재정 지원에서 배제된 인하대, 성신여대, 군산대 등은 모두 정성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인하대 관계자는 "2017년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ACE+)사업 대상에 선정돼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했고, 올해 사업 종료 후 '성공 수행' 평가를 받았다"며 "그런데도 교육부는 2018~2020년 교육과정 영역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67점을 줬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실시한 교육부의 평가 결과가 상반됐다는 지적이다.

군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량평가에서 만점에 가까운 득점을 했지만 주관성이 개입되는 정성평가에서 평균 이하의 점수를 얻었다"며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대학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자기 모순적인 평가 결과"라고 주장했다.

성신여대 측도 "대학교육협의회 컨설팅을 통해 교육과정을 대폭 개선, 2018년과 2020년 진단 및 모니터링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는데, 올해 '교육과정 체제 구축 운영 미흡'을 이유로 감점을 받았다"며 평가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들 대학은 재평가와 함께 세부 평가 결과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말 나올 예정인 최종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관측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의 생사가 달렸는데도 평가 결과는 교육부만 알고 있는 금단의 영역"이라며 "교육부가 대학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평가 설계자로, 스스로 오류를 인정하는 꼴이 되긴 하지만 열린 자세로 합리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