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없던 일로'… 주민 몰래 장관에 보고한 '해남기업도시 개발 확대' 해프닝

입력
2021.08.26 17:23


전남도와 해남군이 주민도 모르게 은밀하게 추진했던 '해남 기업도시 개발구역' 확대 계획안이 1주일 만에 해프닝으로 끝나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전남도 간부는 김영록 전남지사에 보고 하지 않고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개발계획 구역을 확대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상구 전남도 기업도시담당관은 26일 오후 해남군 산이면사무소에서 마을 이장 40명이 모인 가운데 주민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18일 해남 기업도시를 방문한 황 장관에게 건의한 경위를 설명했다.

강 담당관은 "기업도시 개발과 관련해서 미래세대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개발계획 확대를 건의했다"면서 "주민들과 상의없이 추진한 계획안에 대해 사과하고, 주민의 욕구에 부합되지 않을 개발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전남도가 주민들이 반발하자 공식 사과와 함께 없던 일로 마무리함으로써 공신력만 실추시킨 셈이다. 더욱이 전남도와 해남군은 주민 보다 사업자만 생각한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박진규 해남군 이장단장은 "현재 25만 원 하는 토지를 당시 7만 원에 보상했다"면서 "20년 동안 재산권 행사도 못 하고 고통받고 있는데 주민 동의도 없이 장관에게 개발구역 확대를 건의한 것은 지역민을 무시한 일"이라고 분개했다.

해남군도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달 17일 전남도는 '해남 기업도시 개발구역' 확대 장관 건의서를 만들어 해남군에 보냈지만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당시 강 담담관이 황 장관에게 건의한 보고를 청취했다.

김모씨는 "올 초까지 해남 부군수를 역임한 강 담당관이 해남군수와 사전 교감에 의해 건의서가 만들어졌다"며 "기업도시 개발사가 지난해 말 1차로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를 중심으로 한 98㎿ 규모의 재생에너지산업단지 조성을 완료한 데 이어 대중골프장 18홀 개장하는 등 돈벌이만 치중하는데도, 해남군과 전남도는 기업편만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 담당관은 "장관 건의 전에 전남지사에게 보고를 할려고 했으나, 시간을 놓쳐 못했다"면서 "기업이 잘 돼야 일자리도 늘어나고, 주민도 행복한다는 생각에 추진 한 것이지, 기업편에 선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앞선 18일 강 담당관은 기업도시를 방문한 황 장관에게 개발구역 인접 구역 171만,6000㎡을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 구역은 부동리 125만4,000㎡, 덕송리 16만5,000㎡평, 금호도 29,7000㎡다.

한양건설 등이 참여한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은 해남군 산이면 구성지구 2,085만㎡에 관광·주거·교육·의료 등 자족 기능을 갖춘 기업도시를 개발하고 있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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