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사이 20대 5명 사망... 중환자실도 부족한데 의료진 파업 위기

입력
2021.08.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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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간(15~21일)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이 54명으로 최근 한 달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22명이나 늘었다. 20대 확진자가 한 달 새 5명이나 숨졌고, 중환자 수는 7개월 만에 400명을 넘겼다. 이대로 가다간 의료 체계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번아웃'된 간호사 등 보건의료노조가 다음 달 2일 파업을 예고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위중증 환자 400명 넘어... 병상 다시 한계

2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25~31일) 27명이었던 주간 사망 환자 수가 8월 첫째 주 21명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8월 둘째 주 32명, 지난 주 54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이후 20대 사망자는 총 8명이 나왔는데, 이 중 5명이 최근 한 달 사이 숨졌다. 8명 모두 기저질환이 있었지만, 젊은 층까지 잇따라 코로나19에 희생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위중증 환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 21일 위중증 환자 수는 403명을 기록하며 3차 대유행 시기였던 1월 10일(401명) 이후 처음 400명을 돌파했다. 이후 22일 395명, 23일 399명으로 연일 400명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 위중증 399명 중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를 사용하는 환자도 61명이나 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가 계속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 후 사망까지의 시간차가 3~4주 발생한다”며 “7월 중순 확진자가 쏟아질 때 감염된 사람들 가운데 사망자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역당국은 예방접종 효과로 5월 이후 치명률이 0.33%로 낮아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50대 이하의 예방접종이 완료되지 않았고, 2030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50대가 위중증 환자의 40%가량을 차지하면서 의료자원을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환자 병상 910개 필요한데 남은 건 240개

최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감염재생산지수 1.1을 기준으로 2주 후인 다음 달 3일에는 중환자 병상이 974개 필요할 거란 예측을 내놨다. 감염재생산지수가 0.9로 떨어져도, 2주 후엔 913개의 중환자 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2일 기준 전국 코로나19 중증 환자 병상 821개 중 입원 가능한 병상은 246개(30%)밖에 안 남았다. 예측치보다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방역당국은 “권역별로 중환자실을 운영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견해는 정반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진 부족 때문에 남은 중환자 병상 중 5~10%는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코로나19 중등증 환자나 응급실을 통해 들어오는 중환자를 봐야 하는 병원은 병상 여유분을 확보해야 하기에 30%가 가용 병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구나 지난주 감염재생산지수는 1.02라 확산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중환자는 9월까지 점차 증가할 것이고, 9~10월 고위험군 2차 접종이 완료된 뒤에야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정될 것”이라며 “의료진의 지속 가능성과 피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조합원 5만6,000명을 대상으로 다음 달 2일 총파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10%도 안되는 공공병원이 80%의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며 공공병원 확충,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등 8개 핵심과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후 보건복지부와 1차 실무교섭을 가졌다. 지산하 보건의료노조 홍보부장은 “이번 주 정부와 한 번 더 교섭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총파업 여부는 26~27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위태로운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다. 엄 교수는 "의료진 파업이 결정돼도 응급의료나 중환자 치료는 담당 인력을 구성하겠지만, 중등증이나 경증 환자를 보는 병원은 진료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