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정말 제2의 아프간 될까

입력
2021.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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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일보사 산하 국제 여론전 도구 환구시보(環球時報)가 또 해냈다. 8월16일자 '대만 당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얻어야 할 교훈'(台灣當局需要從阿富汗汲取的教訓)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만해협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면 미국 지원군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을 했다. 이 뉴스는 곧 전 세계 구석구석 전달되며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에서도 한미동맹의 공고성에 대한 우려가 대두됐고,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국과 아프가니스탄은 "근본적으로 다르다"(fundamentally different)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실제로 대만해협 위기 시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에 상관없이 중국 측으로서는 '민심 동요'란 여론전의 기본 목표 달성에 이미 성공한 셈이다. 글 한 편으로 미국 대통령까지 직접 반응하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미국 측에서 보면 중국이 매우 얄밉겠지만, 바이든 스스로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해 놓고 미국이 떠난 모습을 보여줬다. '1촌 동맹'인 영국으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저능한"(imbecile)이란 표현을 쓰며 힐난을 퍼부었다. 이 영어 단어는 2019년 북한이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바이든을 비난할 때 썼던 단어다. 우방국과 적성국 모두로부터 같은 모욕을 들은 셈이다.

미국은 법적으로 대만에 방어 수단을 제공하도록 돼 있지만 중국의 공격이 실제로 있을 경우 대만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미국 조야 일각에서도 군사적 개입을 명시하는 '전략적 명징성'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엔 미국의 딜레마가 있다.

만약 미국이 군사 개입을 할 것이라고 '선언'을 해버리면 중국은 대만 침공을 하기 전에 대만 주변에 있는 미군 공군 기지와 해군 자산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것이다. 반대로 만약 미국이 군사 개입을 안 한다고 해버리면 중국은 대만을 마음껏 유린할 것이다. '애치슨 선언'(Acheson line)처럼 말이다.

시진핑 시기 들어 중국에서 행한 설문 조사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중국인 응답자 중 86.2%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대만 통일을 장기 집권의 포석으로 삼으려 하고 '통일 대통령'을 꿈꾸고 있는 시진핑에겐 무력 사용에 대한 국내적 지지 기반을 이미 확보한 셈이다.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해제는 중국의 담대함을 부추길 수 있다. 더불어, 중국 대륙과 가까운 대만해협에서 미중이 충돌할 경우 미국 항공모함이 둥펑 미사일(DF-21D)와 같은 중국의 대함 탄도 미사일에 취약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대만해협 충돌이 발생하면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환구시보 사설의 목적은 글에 쓰인 대로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통해 미국이란 나라가 "의지할 수 없는"(靠不住) 국가라는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의도한 대로 바이든 행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글로벌 '반중(反中) 연대' 구축을 좌절시킬 수 있다. 미국은 대만이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되게 할 수 없다. 환구시보가 역설적으로 이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이성현 하버드대 페어뱅크센터 방문학자·前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