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드라마에 녹아든 '동성애 코드'가 갖는 의미

입력
2021.08.24 12:00
동성애 코드 드라마, 상반기에만 세 작품 이상
다양성 존중하는 드라마국의 성장

최근 동성애 코드가 보다 대중화되고 있다. 상반기 드라마 중 3작품 이상이 동성애 코드를 소재로 이야기를 꾸렸다. '마인'부터 '알고있지만' '아모르파티'까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동성애 코드를 이야기에 녹여냈다. 이른바 '열린 대한민국'을 향한 한 걸음이다. 이 과정에는 대중의 수용적 태도가 한몫 했다. 터부시됐던 동성애 이야기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또 거부감 없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성애 코드는 tvN 주말드라마 '마인'의 주 소재였다. 자신을 찾아가는 의미의 '마인'이 극 제목인 만큼 정서현(김서형)이 전 연인 최수지(김정화)를 마주하는 과정을 아름답고 또 애틋하게 그렸다. 성소수자로서 겪는 내적 갈등과 외부의 압박들이 담기면서 시청자들은 동성애 코드를 자연스럽게 수용했다.

다만 일부의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김정화의 남편인 유은성이 자신의 SNS를 통해 '반대'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제작진이 동성애로 노이즈 마케팅한다"고 밝히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후 많은 이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며 성소수자를 반대한다는 유은성을 비판했고 유은성은 결국 사과문을 게시, 경솔한 언행에 머리를 숙였다.

지난 21일 종영한 JTBC 토요드라마 '알고있지만'도 동성 간의 사랑을 그렸다. 작품은 친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자극적인 그림 없이 평범하게 담았다. 극중 윤솔(이호정)과 서지완(윤서아)이 돌고 돌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모습은 원작에 없었던 드라마만의 차별화된 지점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이성들의 연애와 사뭇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청춘이 할 수 있는 고민을 진솔하게 담아내면서 보는 이들의 응원을 자아냈다.

주부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고 있는 SBS 아침드라마 '아모르파티'에서도 동성애 코드가 있다. 극중 장서우(장유빈)과 서형진(홍준기)는 오랜 연인으로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서형진은 자신의 성적 가치관을 깨닫고 장서우에게 이별을 고한다. 서형진은 이후 자신의 성적 취향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밝히면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성적 지향을 수용하는 드라마들이 늘어남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서의 세 작품 모두 동성 간의 사랑이 이성애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보편화를 야기한다. 특별히 미화하지도, 과장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자극과 폭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동성애라는 소재가 묵직한 무게감을 갖는 만큼 이를 담는 연출진도 조심스럽게 접근한 덕분이다.

아울러 다양성을 존중하는 현대 드라마국의 한층 성장한 좌표라는 의의를 갖는다. 2010년 방송된 SBS '인생은 아름다워'는 두 남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지상파 최초로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동성애 코드가 본격적으로 소재화된 초석이 됐다.

하지만 동성애 코드를 담은 드라마들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1년, KBS2 드라마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은 다양한 세대의 여성 동성애자들을 소재로 삼았다가 시청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제작진은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남들보다 조금은 힘든 그들의 삶과 사랑, 사실 그들도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강조했음에도 시청자들은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올해 2월, SBS는 설 특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동성 간 키스신을 모자이크하며 다양성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담론은 끊임없이 제기, 수많은 토론이 오가지만 성장 가능성은 뚜렷하다. 콘텐츠들이 적극적으로 동성애 코드를 수용하면서 과거 만연했던 근거 없는 편견은 조금씩 사라지는 추세다. 콘텐츠 시장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미래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우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