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는 22일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했다가 북한이 핵 활동을 재개하면 제재를 되돌리는, 이른바 ‘스냅백(Snapback)’ 방식을 북핵 문제 해법으로 제시했다. 넓게 보면 북한 비핵화와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다만 “북한의 잘못에는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겠다”고 해 차별화를 부각하려 애썼다.
이 지사는 이날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한반도 평화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우선 보수세력이 북핵 해결책으로 주장하는 ‘리비아 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이나, 핵프로그램 폐기를 통한 일괄 타결법인 ‘빅딜론’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대신 북측이 핵 동결→불능화→폐기로 이어지는 단계별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마다 경제ㆍ외교적으로 보상하는 ‘조건부 제재 완화(스냅백)ㆍ단계적 동시행동’ 방안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대북정책을) 구체화해 북미에 제안할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경제체제’ 구상도 내놨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 정책,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계승ㆍ발전하는 ‘이재명표’ 남북관계 방법론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포괄적ㆍ상시적 제재 면제를 끌어내 개성공단 사업을 재개하고,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사업을 추진하는 등의 대책이 거론됐다. 이 지사는 “지난해 8월 안보리가 경기도의 ‘대북 온실 건설용 자재 지원’ 사업의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면서 실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산가족 수시 상봉 및 고향 방문도 포함됐다. 여권 관계자는 “북핵 해결책이나 남북관계 개선책 모두 현 정부의 노선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이전 정부들의 대북 저자세 논란을 의식한 듯, “북한에 할 말은 하겠다”고 해 지지층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을 사례로 들며 “남북한 인구의 절대 다수는 한국전쟁 이전 단일국가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다. 단일민족에 근거한 당위적 통일 논리로는 국민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실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잘못하면 잘못한다고 분명하게 우리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문에도 ‘실용’이란 표현이 16차례나 등장했다.
이 지사의 한반도 공약 공개가 최근 불거진 ‘먹방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6월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때 음식칼럼니스트 황교익씨와 경남 마산에서 떡볶이 먹방을 촬영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자 결국 전날 사과했다. 이후 이 지사는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강행’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실용’ 외교 방침을 밝히는 등 정책을 활용해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