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암 환자 10명 중 1명은 생식기관에서 발생하는 부인암(자궁경부암ㆍ자궁내막암ㆍ난소암) 환자다(2018년 기준). 자궁경부암은 예방 백신을 접종하면 예방할 수 있기에 매년 줄고 있지만 자궁내막암ㆍ난소암은 그렇지 않다.
부인암은 다른 암처럼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기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수술법으로는 개복, 복강경, 로봇 수술 등을 시행한다. 복강경과 로봇 수술도 이제 표준 수술법으로 자리 잡았다.
‘부인암 수술 전문가’인 김상운 연세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연세암병원 부원장)를 만났다. 김 교수는 2018년 11월 자궁내막암 환자에게 세계 최초로 단일공 로봇 수술에 성공하는 등 부인암 수술을 선도하고 있다. 김 교수는 “복강경, 로봇 수술을 위해 환자의 배에 구멍을 하나만 뚫을 정도로 수술 기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부인암을 설명하자면.
“여성의 생식기관에 생기는 부인암은 자궁암과 난소암이 대표적이다. 자궁암은 자궁 입구(경부ㆍ頸部)에 생기는 자궁경부암과 자궁 내부 상피(내막)에 생기는 자궁내막암으로 나뉜다. 자궁경부암은 대부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으로 발생하며 예방 백신도 나와 있다.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자궁내막암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에 과다 노출되면 자궁 내막이 증식하다가 암으로 악화한다. 난소암은 저출산ㆍ불임과 관계 있고 가족력이 있어도 늘어난다. 모계에 유방암과 난소암 병력이 있으면 유전성 난소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자궁암은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 빨리 발견할 수 있는 반면 난소암은 특징적인 증상이 없다. 자궁경부암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성교 후 질 출혈이다. 냉 대하, 심한 악취, 배뇨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자궁내막암도 불규칙적인 출혈이 생긴다. 난소암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복수(腹水)가 차고 암이 커져 장에 영향을 미치면 복부 팽만ㆍ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일어난다. 병기(病期)가 3~4기가 돼서야 병원을 많이 찾아 안타깝다.
난소암 중 가장 흔한 상피성 난소암은 유전적 원인이 25% 정도다. 유전적 원인 중 절반가량은 ‘BRCA 유전자(BReast CAncer gene) 돌연변이’ 때문이다.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시행한 뒤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명해졌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을 때 수술로 난소를 제거하면 난소암을 95% 이상 예방할 수 있다.”
-부인암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수술하는 것이 기본적 치료법이다. 수술 후 병기에 따라 항암ㆍ방사선ㆍ표적 치료 등을 추가한다. 부인암 수술은 불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출산을 염두에 둔 여성은 가임력 보존 수술이나 호르몬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수술은 개복에서 복강경, 로봇 순으로 발전해왔다. 개복 수술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복강경과 로봇 수술은 개복 수술의 후유증을 줄이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수술 전체 부위를 여는 개복과 달리 복부에 구멍을 몇 개 뚫어 기구를 삽입해 수술한다. 최근에는 배꼽에 하나만 뚫고도 가능하며 수술 흉터가 작고 통증은 적으며 회복 속도는 빠른 것이 장점이다.”
-복강경과 로봇 수술을 비교하면.
“환자 복부에 구멍을 뚫는다는 것이 공통적이지만 로봇 수술은 복강경 수술과 달리 수술 시 로봇 팔을 활용한다. 로봇 팔은 사람의 손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므로 골반 등 좁은 수술 부위에서 복강경 기구보다 세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또한 수술 부위를 고해상도로 볼 수 있는 확대경도 정밀 수술에 크게 도움 된다.
복강경과 로봇 수술은 수술하기 위해 뚫는 구멍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기존 로봇과 복강경 수술을 복부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는다. 그러나 최근 기구와 수술 술기(術技)가 발전하면서 배꼽에 작은 구멍 하나만 내고 수술할 수 있다. 이런 수술법이 ‘단일공 복강경 수술’과 ‘단일공 로봇 수술’이다. 흉터가 보이지 않고 회복이 빠르고 후유증도 적은 것이 장점이다. 일반 부인과 질환인 자궁근종에서 암 수술까지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단일공 복강경 수술은 개복 수술과 비교해 통증 및 회복 기간을 줄이면서 생존율은 개복 수술과 비슷한 치료 성적을 내고 있다. 2020년에 초기 자궁경부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단일공 복강경 수술의 치료 성적을 학회에 보고했다. 2009~2018년 시행한 59건을 분석한 결과, 5년 생존율과 5년 무질병 생존율은 각각 98.3%, 94.9%였고, 3건(5%)만 재발했다.
2018년에 국제 학술지(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는 외국에서 시행된 복강경 수술 환자와 개복 수술 환자의 재발률을 비교한 연구 결과에서도 개복과 복강경 수술의 재발률은 각각 5.3%, 9.1%였다. 국내에서는 외국에서 시행한 대규모 연구 결과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초기 난소암 수술 성적도 우수하다. 올해 발표한 2014~2018년 초기 난소암에서 시행한 단일공 복강경 수술과 개복 수술을 비교한 연구 결과, 두 수술의 합병증 발생률과 생존율은 별 차이가 없었다. 회복 속도, 출혈량 등은 단일공 복강경 수술이 개복 수술보다 성적이 크게 좋았다.”
-세계 최초로 자궁암 단일공 SP 로봇 수술을 성공했는데.
“2018년 11월 단일공 전용 로봇인 다빈치 SP 로봇을 이용해 자궁내막암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연세암병원은 2005년 수술용 로봇을 도입한 이후 세계 무대에서 이 분야를 선도해오고 있다. 다양한 술기 개발은 물론 임상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에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다빈치 로봇 제조사인 인튜이티브(Intuitive)사의 공식 인증을 받아 SP 로봇 수술 교육 기관으로 선정됐다.”
-부인암 수술에 암 림프절 전이를 확인하기 위한 탐색술도 접목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고형암과 마찬가지로 부인암에서도 림프절 전이가 자주 관찰된다. 정상 림프절을 보존하면서 림프절 전이를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이 가장 먼저 전이될 수 있는 림프절을 ‘감시 림프절’이라고 한다.
감시 림프절 탐색술은 자궁에 형광 염색 약을 주입하고 자궁에서 나오는 림프관을 형광 카메라로 추적해 자궁과 직접 연결돼 있는 림프절을 찾는 것이다. 감시 림프절 절제술이 자궁암 수술에 도입됐고, 광범위한 림프절 절제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림프절 전이를 훨씬 더 잘 발견할 수 있다.
연세암병원에서는 자궁암 환자에게 감시 림프절 탐색술을 적용한 최신 단일공 로봇 수술이나 단일공 복강경 수술로 흉터가 없으면서 림프부종도 최소화하는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수술 외에는 어떤 치료를 진행 중인가.
“연세암병원은 암 수술 후 전이됐거나 수술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신약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항암 치료에 최신 표적 항암제와 면역 항암제 치료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부인암 치료를 최신 치료법을 선도하는 연세암병원에서 환자 맞춤형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부인암 수술에서는 다양한 술기가 개발된 만큼 암 진행 정도와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그에 맞춰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암세포 제거는 물론 회복 속도, 후유증 및 수술 흉터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한 수술법을 개발해 부인암 정복에 앞장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