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조이기 '도미노'…우리·SC제일도 일부 대출 제한

입력
2021.08.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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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우리전세론'  
SC제일은행 '퍼스트홈론' 
일부 상품 신규 취급 제한

NH농협은행에서 촉발된 '은행권 가계대출 제한’ 움직임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하고 있다. NH농협은행에 이어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도 일부 가계 대출 상품의 취급을 제한하거나 중단하면서다. 농협상호금융(지역농협)은 다음주부터 아파트집단 대출도 중단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급증하는 가계대출과의 총력전을 예고하면서 향후 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가계대출 관리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일부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신규 취급을 제한했다. 제한된 상품은 주력 상품인 ‘우리전세론’이다. 우리은행은 "해당 상품에 대해 분기별 취급 한도를 설정해 관리하고 있었으나, 8월에 이미 3분기 한도가 가득 차면서 취급을 제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도가 소진되면 신규 신청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다만 기존에 승인된 대출자가 대출을 받지 않기로 하면 그 한도만큼 다음 대기자가 돈을 빌릴 수 있다. 우리은행은 3분기 말인 9월까지 '우리전세론' 상품을 이처럼 제한적으로 취급할 방침이다. 다만 나머지 전세자금대출 상품인 기금대환 특례상품,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등은 정상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도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의 일부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8일부터 대출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기준금리 중 ‘신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취급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나머지 신규코픽스 등 다른 기준금리 이용은 가능하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해당 상품의 한도가 찬 것은 아니다”면서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방안 지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차원에서 해당 대출 취급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출 제한 움직임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지도 관심사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은행권에 강력한 '대출 총량 관리'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0.5%로, 정부 목표치인 5~6%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높은 일부 은행들에 관리 대책을 별도로 주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요구 강도가 나날이 세지고 있다"며 "대출 전면 중단은 아니더라도, 상품별 취급 제한 조치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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