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8 띄워 아프간 철수 속도 높인 미국... 첩보 무시 논란에 흔들

입력
2021.08.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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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00명 이상 철수 숫자 늘려
공항 밖 탈레반 통제가 최대 난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항공모함에서 F-18 전투기를 카불 상공에 띄워 경계 수준을 높였고 하루 3,000명 이상으로 철수 숫자도 늘렸다. 하지만 탈레반의 아프간 조기 장악 정보를 듣고도 묵살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등 책임론도 여전히 들끓고 있다.

미 백악관 관계자는 19일(현지시간) “오늘 하루 16대의 공군 C-17 수송기로 약 3,000명을 대피시켰다”며 “14일 이후 총 9,000명을 철수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부터 대피한 미국 시민, 대사관 직원, 아프간 협조자는 1만4,000명에 이른다. 백악관은 또 “지난 24시간 동안 미군은 11대의 전세기 출발을 촉진했다”며 “이러한 전세기 승객은 위 합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 전세기에는 영국, 프랑스 등 다른 동맹국 관계자가 탑승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된 뒤 카불 하드미 카르자이 국제공항 활주로에 아프간 주민들이 진입하는 등 혼란이 일었지만 하루 만에 상황을 정리한 뒤 계속해서 철수 속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철수 작전 지원 전력도 속속 증강되고 있다. 항모 로널드 레이건에서 출격한 전투기가 카불 공항 인근을 비행하며 경계와 보안 강화에 나섰다. 아프간 철수 작전에 배치하기로 한 미군 6,000명 중 5,200명이 현지에 도착한 상태라고 미 국방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안팎에서 악재도 속출하고 있다. 현지에 남은 1만 명의 미국 시민권자와 8만 명 안팎의 아프간 협력자를 철수시켜야 하지만 탈레반의 검문검색과 통제가 강화되면서 철수 대상자의 공항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현시점에서) 공항 관내를 넘어 미국 시민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자원이 없다”고 인정했다.

아프간 조기 붕괴 첩보 오판 논란도 이어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미 한 달 전 아프간 조기 함락 경고와 철수 가속화 촉구 내용이 담긴 전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 23명이 모두 서명해 비공개 ‘반대 채널’로 전달됐다는 것이다.

앞서 뉴욕타임스도 아프간 조기 붕괴 경고가 사전에 접수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군 작전 총괄 책임자인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11일 만에 아프간 정부가 무너질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행정부 내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도 일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외교안보ㆍ정보 당국의 총체적 정책 실패였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