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과정 꼼꼼히 '가내수공업' 수준"… 슈퍼 회사원 등극 비결은

입력
2021.08.21 04:30
'신테일' 신원호, 촬영서 편집까지 도맡아
나영석, 후배 아이디어에 직접 섭외 나서는 '행동대장'
피독, BTS와의 농담서도 아이디어 찾는 '제8의 멤버'

임원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직급 낮은 '슈퍼 회사원'들은 업무 스타일도 독특하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을 제작해 유명한 신원호 PD는 장인형이다. 꼼꼼한 연출로 동료들 사이에 '신테일'로 불린다. 그는 촬영뿐 아니라 모든 편집을 도맡아 한다. CJ ENM 관계자는 "20년 차 정도 되면 편집은 후배 연출자에게 맡기는데 신원호는 직접 다 하고, 일하는 방식이 가내수공업처럼 꼼꼼하다"며 "주1회 방송을 고집하는 배경엔 편집에 적잖은 공을 들이는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의 명성에 기대지 않는다. 인지도가 낮아도 직접 새 얼굴을 찾아 숨겨진 가치를 찾는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당시 신인이었던 그룹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와 류준열, 박보검을 주연으로 발탁하고,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선 박호산과 이규형을,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전미도를 앞에 내세워 신선함을 준 게 대표적 성공 사례다. '슬의' 시즌2에서 은지 엄마를 연기한 이은주는 "촬영장의 공기를 정말 탁월하게 읽는 연출"이라며 "배우가 감정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한 번 더 하고 싶어할 땐 그걸 눈치채고 알아서 기회를 주고, 시간이 필요하다 여길 때 다른 배우부터 찍어 시간을 벌어 주는 제작자"라고 말했다.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에 따르면 신원호가 섬세하다면, 나영석 PD는 선이 굵은 스타일이다. 나영석은 '행동대장형'이다. 그와 '1박2일' 때부터 함께한 최재영 작가는 "나영석은 촬영하다 혹 외부인과 마찰이 생기면 촬영을 끊고 직접 가서 상황을 정리하는 연출가이다. 궂은일을 아랫사람에게 미루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추진력이 좋다. 후배 PD가 프로그램 새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직접 나서 섭외해 판을 깐다. 예능 프로그램에 좀처럼 고정 출연하지 않던 배우 윤여정을 '윤식당'에 데려온 것도 나영석이다. 그래서 그의 주위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알고보면 쓸데없는 잡학사전'을 기획한 양정우 PD와 '신서유기'를 연출한 박현용 PD, '여름방학'을 기획한 이진주 PD 등이 '나영석 사단'이다.

하이브 수석 프로듀서인 피독(본명 강효원)은 방탄소년단 '제8의 멤버'다. 경남 창원 출신인 피독은 25세 때 하이브 의장인 방시혁이 운영했던 작곡 커뮤니티에 만든 곡을 올리면서 방탄소년단과 연을 맺었다. 방탄소년단 멤버 RM은 "피독은 방탄소년단의 뿌리"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결성 전 방시혁에게 RM을 소개한 이도 피독이다.

방탄소년단과 주고받는 가벼운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찾아 창작의 실마리를 찾는다. '불타오르네' 노랫말의 키워드가 나오지 않아 고민할 때, 슈가가 "불타오르네 마"라고 툭 던진 말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완성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은 "연습생 시절부터 봐 피독은 우리에게 선생님이자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라며 "'페이크 러브' 녹음할 때 음이 너무 높아 '엉덩이에 힘 팍 주고, 마'라며 힘을 줬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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