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횡재" "정치 공작" 악플에 두 번 우는 유족… 검경, 모욕글 엄정 대응
2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서 20대 여성이 가족에게 휴대폰을 들이밀며 울먹였다. 뉴스 댓글창을 뚫어져라 응시하던 유족의 눈엔 눈물이 빠르게 차올랐다. "돈 필요 없어, 내가 돈 줄 테니까 대신 살려 내라 그래!" 악을 쓰듯 언성을 높이던 그는 이내 울먹였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을 괴롭게 하는 건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슬픔뿐이 아니다. 참사를 모욕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속속 올라와 유족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참사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한 혐의를 받는 온라인 게시글 총 4건에 대해 압수영장을 신청해 작성자를 특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안(국제)공항 유족들만 횡재했다'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보상금 받을 생각에 속으로는 싱글벙글일 듯"이라고 글을 남겨 유족을 모욕했다. 경찰은 '보상금을 받아 신나겠다'는 게시글에 이어 '(희생자들이) 놀러 가서 죽었는데 왜 추모하냐' '사고는 기장의 무모함 탓'이란 취지의 글들에 대해서도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작성자를 특정하고 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참사와 관련된 조롱조의 게시글 125건을 삭제하고 차단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수시로 확인하며 추가 입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전남경찰청 수사본부뿐 아니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악성 게시글 대응 전담수사단'도 확대 편성해 강력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수사팀은 전국 16개 시도청 사이버수사대 소속 전담팀 80명과 본청 사이버수사과 등 총 118명으로 구성됐다. 악플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지친 유족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대부분 유족들은 현재 무안공항에 마련된 구호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들이 개최하는 현장 브리핑을 통해 유류품이나 시신 인계 등 상황을 실시간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고 후속 조치가 더디게 진행되는 탓에 유족들은 텐트 안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이때 작은 정보라도 더 듣고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뉴스 기사를 검색하는데, 이 과정에서 참사에 대한 유언비어, 모욕 등 2차 가해에 노출되는 것이다. 사고 원인과 아무 관련 없는 정치 음모론 역시 심각한 2차 가해다. 제주항공 참사 기사 댓글창엔 "특정 정치 진영의 이익을 위한 물타기를 한다" "전라도 사람이 (참사를) 일으켰다"고 호도하는 근거 없는 비방이 원색적으로 달려 있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목도가 높고 구성원들이 감정적으로 크게 이입하는 사안을 정쟁화하려는 전략"이라며 "참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 가짜뉴스로 활용될 여지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사고대책본부도 여객기 사고와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 등 명예훼손, 모욕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직접 수사는 하지 않지만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 등의 절차를 신속 처리하는 등 경찰과 긴밀하게 협의할 방침이다. 법률적인 부분에서 유족을 돕고 있는 박철 제주항공 참사 법률지원단 부단장도 "모니터링을 하며 증거자료를 수집 중이고, 수일 내에 고소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