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팔아 가족 부양 아프간 10대 형제, 美수송기에 매달렸다 추락

입력
2021.08.19 18:05
탈레반이 카불 장악하자 피난하려다 비극
전날에도 美수송기 바퀴에서 시신 발견 돼

아프가니스탄 10대 형제가 카불 공항에서 이륙하던 미국 수송기에 매달렸다가 공중에서 추락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아프간 현지 통신사 아스바카는 18일(현지시간) 이틀 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미국의 C-17 수송기 바퀴에 매달렸다 추락한 10대들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16세, 17세의 어린 소년들로 카불 시장에서 과일을 판매해 어머니를 부양해온 형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이들 형제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면서 급하게 피난 행렬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8남매인 형제는 과일을 팔아 어린 동생들과 어머니를 부양해왔다. 두 소년의 시신은 가족에게 인계됐다.

전날 미국 공군은 카불에서 이륙한 미국 수송기의 바퀴 장치(랜딩기어)에서 주검을 발견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공군 측은 “주변 보안 상황이 급격히 악화함에 따라 수송기 승무원들이 최대한 빨리 공항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며 “주검은 수송기가 카타르 공군 기지에 착륙한 뒤 발견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최소 3명이 수송기에 매달렸다 추락사하는 등 수만 명이 몰려든 카불공항에서는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