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20%만 소득 증가… '재난지원금 효과' 빼니 양극화 심화

입력
2021.08.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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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5분위배율 지난해 5.03배에서 올해 5.59배로 악화
소득도 5분위 빼고 모두 감소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반짝’ 개선됐던 소득분배 지표가 다시 뒷걸음질 쳤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소득은 소폭 늘어났지만,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영향이다. 올해 2분기 시장에서의 벌이는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재난지원금 기저효과가 반영되면서 전체 소득도 소폭 줄었다.

5분위만 소득 개선… 소득분배지표 후퇴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구간을 5개로 나눴을 때 최상위에 있는 '5분위'만 월평균 소득이 늘어났다. 5분위 소득은 지난해보다 1.4%(13만1,000원) 늘어난 924만1,000원으로 집계된 반면 1분위 소득은 지난해 103만1,000원에서 올해는 96만6,000원으로 6.3%(6만5,000원) 줄었다. 나머지 분위인 △2분위(-0.9%) △3분위(-0.7%) △4분위(-3.1%) 소득도 일제히 감소했다.

이에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2분기(5.03배)보다 0.56배포인트 높아진 5.59배로 집계됐다. 5분위 배율은 소득 하위 20%(1분위) 대비 상위 20%(5분위)의 소득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분배지표다.

1분위 소득이 줄고 분배 지표가 악화된 것은 지난해 5월 지급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사라진 영향이 크다.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공적이전소득은 1분위의 경우 57만8,000원에서 44만8,000원으로 13만 원(22.5%) 감소했고, 5분위에서는 74만8,000원에서 42만6,000원으로 32만2,000원(43.0%) 줄었다. 하지만 1분위 가구의 전체 소득에서 공적이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2분기 기준 46.4%로 5분위(4.6%)보다 월등히 크다 보니 1분위 가구에서의 소득 감소 효과가 더 컸다.

정부 정책을 통한 소득 분배 개선 효과도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지난해 2분기에는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한 시장소득 기준 5분위배율은 14.38배에 달했는데, 처분가능소득 기준 5분위배율이 5.03배까지 줄어들면서 정책 효과는 9.35배포인트에 달했다. 반면 올해 2분기는 시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이 12.51배로 개선된 반면 처분가능소득 기준은 5.59배로 후퇴해, 개선 효과는 6.92배포인트까지 줄었다.


정부, 코로나 전보다는 개선됐다는데...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2분기(5.74배)보다는 5분위 배율이 다소 개선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할 때 지난해 4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분배 상황이 개선됐다고도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정부의 재정과 정책을 통한 시장소득 보완 노력이 코로나 이전 수준보다 강하게 지속됐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소상공인 지원, 포용 회복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고 적었다.

올해 2분기 공적이전소득은 42만1,000원으로 2019년 2분기(31만3,000원) 보다 10만 원 가까이 더 많았던 것이 정부가 '보완 노력을 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다만 실제로는 2019년과 올해 5분위 배율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주장만큼 소득 분배 개선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2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도 345만4,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9%(6만5,000원) 줄었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 시장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늘어난 폭보다 재난지원금이 포함된 이전소득이 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 활성화 영향으로 근로소득보다 재산소득 증가율이 더 높은 현상도 지속됐다. 올해 2분기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6.5%(16만7,000원) 늘어 274만3,000원, 사업소득은 3.6%(2만8,000원) 증가한 80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재산소득도 월평균 4만2,000원으로 지난해보다 59.7%(1만5,000원) 늘어났다. 특히 5분위 재산소득은 지난해(5만9,000원)의 두 배가 넘는 13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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