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악법"이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야당과 언론계의 강한 반대에 내놓은 수정안 역시 "고치는 시늉만 했을 뿐 독소조항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번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허위·조작보도를 어떤 기준으로, 어디까지 규정할 것인지부터가 문제다. 허위·조작보도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한 기준이 모호한 탓에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고, 되레 권력집단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대로라면 공직자 비리에 대한 연속보도 역시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가 될 수 있다는 게 언론현업단체의 꾸준한 지적이었다. 비판보도 위축을 부를, 득보다는 실이 큰 규제라는 것이다.
특히 개정안은 명백한 고의뿐 아니라 부주의로 벌어진 오보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포괄하고 있다. 막판에 새로 들어간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역시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인격권 침해 소지가 있다면 모든 경우에 고의·중과실을 추정하겠다는 것으로, 오히려 그 범위를 확대한 걸로 볼 수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모든 경우를 다 처벌 대상으로 포괄한 후 예외를 둔 유례 없는 구성의 누더기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결국 언론보도의 주요 대상인 권력집단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막기 위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전략적 봉쇄 소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민주당은 공직자와 대기업 임원 등에는 징벌적 손배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일부 손봤지만 유명무실하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법으로 규정된 공직자나 대기업은 매우 한정적이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지만 언론의 폭넓은 감시와 의혹 제기가 보장되어야 하는 권력자들은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소송이 제기되는 것만으로 부담을 느끼는 언론의 취재 활동 위축이 불보듯 뻔하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 등의 인터넷뉴스에 대해 열람차단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비판을 받고 있다. 아예 기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유통 자체를 금지하는 열람차단청구권의 성급한 입법이 오·남용을 부를 수 있다는 취지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지금도 사실상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과정에서 언론사와 피해자 간 합의하에 기사 차단이 가능한데 법제화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피해자는 고액의 손해배상을 걸면서 동시에 기사의 열람차단 청구를 할 것이고, 언론사 입장에선 징벌적 손해배상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열람차단 청구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권력에 대한 감시가 본연의 역할인 언론에 징벌적 손배제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게 언론계 입장이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언론중재위가 있고, 민사뿐 아니라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조항 등 형사 소송도 가능하다"며 "이번 개정안은 과잉입법, 이중규제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정작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1인 미디어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자 가짜뉴스 엄단을 빙자한 '언론 통제' 아니냐는 언론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김 회장은 "빈대 몇 마리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가짜뉴스로 치부해온 게 누구인지, 가짜뉴스의 근원지가 과연 언론뿐인지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계 등은 개정안을 전면 철회하고 재논의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법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계제가 아니"라며 "국회에서 언론개혁특위를 만들어 여야, 언론현업단체, 관련 학회, 시민단체가 결합한 국민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