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이 쏘아올린 '연미복 논쟁'... 제비꼬리 옷으로 이낙연 깎아내리기?

입력
2021.08.18 21:00
황교익 "이낙연, 일왕 즉위식서 日정치인 제복 입어"
홍익표 "서구에서 온 연미복... 외교적 최고의 예절"
文·盧 등 전·현직 대통령, 유럽 순방 때 연미복 착용
우리나라는 1900년 대한제국 때 처음 도입돼

정치권에서 때 아닌 '연미복' 논쟁이 벌어졌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돼 '이재명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인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일본 정치인의 제복인 연미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본 적 있다. 일본 총리 하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연미복은 일본 의상이 아니라 유럽의 전통 의상", "연미복은 외교적 관행"이라며 반박했다. 실제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들이 각국의 행사에 초청돼 연미복을 입은 사례가 있다.

그럼에도 황씨는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연미복을 입었던 곳은 유럽"이라며 "이 대표는 일본에서, 그것도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서 일본 정치인의 제복을 입은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18일 문화체육관광부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연미복은 남성들이 연회 때 착용한 서양 정장이라고 정의돼 있다. 특히 연미복은 서양에서 들어온 남성 예복 중 하나로, 19세기 중반 무렵부터 예복으로 사용됐다. 명칭은 '스왈로 테일 코트(swallow tail coat)' '드레스 코트(dress coat)' '테일 코트(tail coat)' 등으로 불린다.

또한 연미복은 각국 사신을 만날 때, 궁중에서 연회를 베풀 때, 외국 관인이 만찬할 때에 착용하게 해 더 격식을 갖춘 자리의 소례복이었다. 현대에도 남성 예복으로 여전히 외교 현장에서 주로 입는다.

또한 일본에서는 연미복을 1872년 통상예복으로 규정해 받아들였다. 우리나라에 연미복이 도입된 것은 1900년 4월 17일 칙령 제14호 문관복장규칙(대한제국 문관의 복장을 규정한 칙령)으로 공표되면서부터다.


전·현직 대통령이 착용한 연미복

우리의 전·현직 대통령들도 예복으로서 연미복을 착용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6월 북유럽 3국 방문 당시 노르웨이 하랄 5세 국왕이 오슬로 왕궁에서 개최한 국빈 환영 만찬에서 연미복을 입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12월 영국을 국빈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런던 버킹엄궁에서 주최한 환영 만찬 때 연미복 차림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1년 5월 덴마크 여왕 주최 만찬에서 연미복을 입었다.


이 전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인 2019년 10월 일본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연미복을 입고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영국 찰스 왕세자,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일레인 차오 미국 교통부 장관 등 180개국 정상급 인사가 함께했다.


황교익 "이낙연 연미복, 노무현·문재인 연미복과 달라"

황교익씨는 이때 이 전 대표가 착용했던 연미복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낙연은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참석해 연미복을 입었다"면서 "그때 유럽과 유럽 속국이었던 국가에서 온 분들은 연미복을 입었다. 그 사진들을 모아 제가 엉터리 말을 했다고 주장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노무현과 문재인이 연미복을 입었던 지역은 유럽으로, 유럽 국가의 초빙을 받아 유럽 전통 의상을 입은 것"이라며 "이낙연은 일본에서, 그것도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서다. 일본의 초대를 받아 일본 정치인의 제복을 입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씨는 전날 이 전 대표를 향해 '연미복 맹공'을 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SNS에 "이낙연 캠프에서 제게 '친일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제게 던진 친일 프레임을 이낙연에게 돌려드리겠다"고 쏘아붙였다.

앞서 이낙연 캠프 상임부위원장인 신경민 전 의원은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황씨에 대해 "일본 음식에 대해서 굉장히 높이 평가를 하고 한국 음식은 거기의 아류다. 카피를 해 온 거다라는 식의 멘트가 너무 많다"면서 "일본 오사카관광공사 사장에 어울린다"고 비꼬았다.

신 전 의원은 이어 '이 지사가 황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한 이유'에 대해 "지금으로 봐서는 학연하고 (형수) 욕설을 변호하고 두둔해 준 것 정도가 생각이 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황씨는 이 전 대표가 일본 정치인의 제복인 연미복을 입었다며 "이낙연은 일본 총리에 어울린다"고 맞받아쳤다.


이낙연 측 "연미복은 서구에서 최고의 격식 갖춘 남성복"

이 전 대표도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황씨의 연미복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연미복이 일본 옷이다,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황씨의 주장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후보가 직접 나서서 (해명을) 해야 할 정도인가"라며 불편한 심기로 말을 아꼈다.

그러자 이낙연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황씨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이날 SNS에 "연미복은 서구 사회에서 최고의 격식을 갖춘 남성복"이라며 "유럽 근대 외교 초기에 당연히 왕(여왕)을 중심으로 한 의전과 복식이 만들어 졌고, 이후 이것이 외교 관행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라고 썼다.

그는 "각종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연미복을 입는 것도 바로 음악회가 초기에는 왕과 귀족들을 위한 행사였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왕정 통치가 대부분 사라지거나 영국 등 유럽의 일부 국가와 일본 등에서는 명목상의 국가를 대표하는 왕이 존재할 뿐 의회나 대통령이 실질적인 국가 정치를 담당하고 있어서 외교 행사에서 연미복을 입는 것도 대부분 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왕이 존재하는 국가에서 왕과 관련된 행사, 예컨대 국왕의 이·취임식(대관식-퇴위식), 왕이 주관하는 접견 행사에는 여전히 연미복을 입는 것이 관례고, 최고의 예절"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특히 '팩트 체크'라는 표현까지 쓰며 연미복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연미복은 일본 의상이 아니라 유럽의 전통 의상이다", "연미복은 외교적 관행" 등을 나열했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