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정진웅 사건’ 항소 여부 결정 공소심의위원장 회피

입력
2021.08.18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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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정진웅 형사1부장 지휘
공정성 논란 의식한 듯… 홍종희 차장이 대행

검찰이 독직폭행 혐의로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에게 유죄 선고를 내린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인 가운데, 이를 심의할 공소심의위원장인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회피 결정을 내렸다. 정 차장검사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데, 이 고검장은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정 차장검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은 18일 정 차장검사의 1심 선고에 대한 항소 여부를 심의·의결할 공소심의위원회를 연다. 앞서 법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은 지난 12일 정 차장검사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통상 공소심의위원장은 고검 공판부장이 맡지만, 이번처럼 중요 사건으로 분류되면 고검장이 직접 위원장으로서 심의를 진행한다.

문제는 이성윤 고검장이 독직폭행 사건 발생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였던 정 차장검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있었다는 점이다. 이 고검장은 자신이 심의ㆍ의결에 참여할 경우 직접 지휘했던 사건의 항소 여부를 결정하는 셈이라, 이후 제기될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사건사무규칙 등에 따르면, 수사 또는 공소 유지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염려가 있는 객관적ㆍ구체적 사유가 있는 경우 회피가 가능하다. 이 고검장의 회피 결정에 따라 공소심의위 위원장은 홍종희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맡게 됐다.

수사팀은 공소심의위에서 법리 오해 및 양형 부당 등의 이유로 항소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법원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징역 1년을 구형한 검찰 입장에 대해, 한 검사장이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며 형법상 독직폭행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 차장검사의 직무정지 등 징계 처분과 관련 “합당한 조치가 무엇인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정 차장검사가 기소됐는데도 법무부는 대검찰청의 직무배제 요청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정 차장검사는 이후 인사에서 승진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정 차장검사를 수사한 서울고검 검찰부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범계 장관은 “대검의 직무집행 정지 요청이나 전 법무부 장관의 조치, 1심 판결 선고 후 여러 가지 사정을 다 감안한 답을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렇게 오래 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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