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언론자유 누구도 흔들 수 없어"... 정작 與 '언론중재법' 강행엔 침묵

입력
2021.08.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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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언론자유는 민주주의 기둥"이라며 "언론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과 언론단체·학계로부터 '언론통제법'이라 비판받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침묵하면서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 방침을 재천명한 상황인 가운데 야권과 언론단체에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유체이탈'식 화법이란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창립 57주년을 맞은 한국기자협회에 보낸 축하메시지에서 "한국기자협회는 기자협회보 폐간 등 숱한 억압에도 굴하지 않았고, 강제 해직된 동료들과 함께 독재 권력에 맞섰다"며 "진실을 외면하지 않은 기자들의 용기와 열망이 뿌리가 돼 오늘날 한국 언론은 세계언론자유지수 아시아 1위라는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가 박정희 정권시절 '언론 탄압'에 맞선 것에 의미를 부여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이 써 내려간 모든 문장은 영원히 기억될 시대의 증언"이라며 "정부는 여러분이 전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언제나 함께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에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신장'이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민주당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 및 위헌 논란 속에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건전한 언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 등 서둘러 처리해야 할 법안이 쌓여 있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8월 국회 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만약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이전 정부에서 통과됐다면 박근혜 정부의 탄핵을 이끈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는 빛을 보지 못했을 수 있다. 민주당의 개정안에 따르면, 국정농단 사태 판결에서 무죄로 드러난 일부 의혹 보도들은 사법 처리 대상인 탓이다. 이는 언론의 권력 감시와 비판 기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적 보도의 실질적 수혜자인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는 것에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청와대는 "언론중재법 개정은 당이 주도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국내외 언론계 반발에도 입을 닫고 있는 것 자체가 '암묵적 동의'라고 볼 수 있다. 정의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시민 피해 구제를 명분으로 정치권과 자본이 언론 견제를 무력화할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며 "개정안을 폐기하고 국민 공청회와 국회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설치 절차를 통해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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