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언론자유는 민주주의 기둥"이라며 "언론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과 언론단체·학계로부터 '언론통제법'이라 비판받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침묵하면서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 방침을 재천명한 상황인 가운데 야권과 언론단체에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유체이탈'식 화법이란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창립 57주년을 맞은 한국기자협회에 보낸 축하메시지에서 "한국기자협회는 기자협회보 폐간 등 숱한 억압에도 굴하지 않았고, 강제 해직된 동료들과 함께 독재 권력에 맞섰다"며 "진실을 외면하지 않은 기자들의 용기와 열망이 뿌리가 돼 오늘날 한국 언론은 세계언론자유지수 아시아 1위라는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가 박정희 정권시절 '언론 탄압'에 맞선 것에 의미를 부여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이 써 내려간 모든 문장은 영원히 기억될 시대의 증언"이라며 "정부는 여러분이 전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언제나 함께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에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신장'이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민주당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 및 위헌 논란 속에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건전한 언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 등 서둘러 처리해야 할 법안이 쌓여 있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8월 국회 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만약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이전 정부에서 통과됐다면 박근혜 정부의 탄핵을 이끈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는 빛을 보지 못했을 수 있다. 민주당의 개정안에 따르면, 국정농단 사태 판결에서 무죄로 드러난 일부 의혹 보도들은 사법 처리 대상인 탓이다. 이는 언론의 권력 감시와 비판 기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적 보도의 실질적 수혜자인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는 것에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청와대는 "언론중재법 개정은 당이 주도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국내외 언론계 반발에도 입을 닫고 있는 것 자체가 '암묵적 동의'라고 볼 수 있다. 정의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시민 피해 구제를 명분으로 정치권과 자본이 언론 견제를 무력화할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며 "개정안을 폐기하고 국민 공청회와 국회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설치 절차를 통해 논의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