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쓰란 소리냐"... 마통 한도 축소 움직임에 소비자 대혼란

입력
2021.08.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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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신용대출 연봉 수준 제한 조치에
대출 수요자들 "자금줄 막힐 대로 막혀"
은행권도 "지나친 간섭" 불만 커져
'풍선 효과' 우려에 당국 "2금융권도 대출 제한"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 신용대출 한도가 연봉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가계 빚을 죄려는 당국의 보폭에 맞춰 은행들이 이미 지난해부터 대출 한도를 줄여온 만큼, 이번 추가 조치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이 시중은행에 마이너스통장(마통) 등 신용대출의 개인 한도를 연소득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하면서 대출을 고려했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센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가계대출에 개인별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였는데도 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이 같은 조치를 내놨다.

현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최대 한도는 연소득의 최대 2배 수준이다. 하지만 이 조치가 시행되면 신용대출을 고려했던 소비자들의 대출한도는 사실상 '반토막'이 나게 된다.

일각에선 은행권 신용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 등으로 옮아가는 '풍선효과'가 커질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6,000억 원으로 금융권 전체 증가액(15조2,000억 원)의 3분의 1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이런 부작용을 의식해 저축은행과 보험 등 제2금융권도 대출한도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이날 추가로 밝혔다. 하지만 당국이 가계 부채 관리를 이유로 막무가내식 대출 관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 A씨는 "조만간 목돈이 필요해 마통으로 자금 일부를 조달하려 했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다른 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비싸 최후의 보루로 생각했던 신용대출마저 한도가 지금보다 줄어든다니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방안이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불만도 누적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은행권은 연초 이후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축소하고 마통 신규 신청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당국의 대출 관리 강화에 보폭을 맞춰왔다. 하지만 연일 강해지는 대출 규제에 은행권의 인내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률적으로 한도를 줄이는 건 명백히 시장을 왜곡시키는 현상"이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객 민원은 은행이 다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라 내부에서도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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