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화장 사건 막자" 베트남 교민사회, 한국인 전용 치료병원 확보

입력
2021.08.17 15:44
베트남 중앙열대병원과 MOU 
1인 거주자 비상연락망도 구축 
확산세 지속… 격리 교민 28명


베트남 북부 교민사회가 최고 수준의 전염병 치료 역량을 가진 현지 병원에 한국인을 위한 치료 공간을 마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달 사망한 뒤 일방적으로 화장된 호찌민 교민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이송 및 치료 시스템을 미리 갖춰두겠다는 취지다.

17일 베트남 교민사회에 따르면, 하노이 한인 상공인연합회(KORCHAMㆍ코참)와 베트남 중소기업연합회(KOBIZ)는 전날 베트남 중앙열대병원과 '한국인의 코로나19 치료 및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는 하노이를 포함한 베트남 북부에 거주 중인 모든 한국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중앙열대병원에 일괄 이송해 격리 및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로 분류된 북부 한국 교민들은 보건당국의 지시에 따라 가장 가까운 현지 격리 시설로 불규칙하게 이송돼 왔다.



MOU에 따라 향후 한국인 확진자는 중앙열대병원 내 500여 개의 코로나19 맞춤 병상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이와 관련, 코참 등 세 단체는 한국인 이송과 치료 절차를 전담할 인력을 별도 배치할 방침이다. 중앙열대병원은 베트남 내에서 가장 전문적인 전염병 치료 시설로 꼽히는 곳으로, 베트남 보건부 인증 '최우수 병원'으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중앙열대병원은 영국 옥스퍼드대로부터 제공받은 각종 최신 의료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교민사회는 코로나19 사각지대를 제거하기 위한 자체 노력 역시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하노이 한인회는 최근 1인 거주 교민들의 비상연락망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어 한국인들이 거주하는 모든 아파트 단지마다 긴급대응 담당자를 선정하고 있다. 비상연락망 등재 누락으로 피해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화장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은 조치다.

베트남 내 일일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에도 8,652명에 달했다. 5일 연속 9,000명대 안팎의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베트남 내 최대 감염지인 호찌민은 봉쇄령을 내달 중순까지 연장했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현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고 있는 한국인은 총 28명이다. 이들 중 경증 환자는 호찌민시가 한국인을 위해 별도로 제공한 격리시설에 머무르고 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