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테크 보고 있나… 구글·아마존 독과점 폐해 정조준하는 미국

입력
2021.08.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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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킬러' 리나 칸, FTC 수장 임명
"디지털 플랫폼에 기간통신 사업자 수준 규제해야"
미 하원도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 통과

한국의 카카오에 비견되는 구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독점 규제 논의는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들의 지배력이 도를 넘어서면서 시장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신종 서비스로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는 한편으로, 시장의 경쟁을 소멸시키고 중간 공급자를 착취하는 등의 불공정을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의 규제 행보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 규제를 논의 중인 한국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연방거래위원회(FTC) 수장에 리나 칸 컬럼비아대 부교수를 임명하면서 빅테크 기업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칸 위원장은 2017년 예일대 로스쿨 졸업 논문으로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논문을 써 화제가 된 인물이다.

논문에서 그는 사업자가 단기 이윤보다 이용자 기반 확대, 즉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특성이라고 봤다. 이에 가격이 낮아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니 규제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디지털 시장에는 부적절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공공성이 강한 기간통신 사업자에 적용하는 것처럼, 디지털 플랫폼 영역에도 강력한 반독점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하원도 지난 6월 말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스마트폰 앱 안에서 결제하는 방식)' 강제를 막을 뿐 아니라, 유튜브 페이스타임 등 자사 앱을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하는 것도 금지할 수 있다.

이런 기조가 이어지자 빅테크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최악의 경우 이미 인수한 기업 재매각이나 기업 분할까지 거론되고 있어서다. 과거 록펠러가 이끌던 스탠더드오일이 30여 개 회사로 분할되고,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은 미 통신사 AT&T가 7개로 쪼개진 역사가 재연될 수도 있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이 미국 같은 수준의 경제력 집중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전통적인 경쟁법 집행으로 다루기 어려운 플랫폼 경제 문제에 대응할 새로운 경쟁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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