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세력이 자체 복권 판매를 통한 운영 기금 마련에 돌입했다. 시민들은 군부 협박에 굴하지 않고 복권을 사들이며 호응했다. 미얀마는 이제 민주화 쟁취를 위한 장기전에 들어서고 있다.
16일 미지마뉴스 등에 따르면, 미얀마 민주세력의 중심 축인 국민통합정부(NUG)는 전날 '승리의 깃발을 드는 봄 복권(Spring Lottery Raising the Flag of Victory)' 발행을 알렸다. 5월 출범 이후 시민 기부에 의존했던 NUG 운영의 틀을 고정 수익으로 안정화하기 위한 시도다. 우 틴 툰 나잉 NUG 기획재정투자부 장관은 "군부의 위협을 이겨내고 봄 혁명을 이루기 위해 복권을 구매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즉각 화답했다. 전날 오후 4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봄 혁명 복권이 발매된 지 1시간 30분 만에 하루치인 5만 장이 모두 팔렸다. 복권을 구매한 시민들은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는 우리의 정부를 지지한다"는 글과 함께 구매 방법을 설명하는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다. 전날 군정 복권부가 "NUG의 비공식 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금융계좌가 차단될 수 있다"는 협박을 보란 듯이 무시한 것이다.
NUG의 홀로 서기 시도는 미얀마인들의 유별난 복권 사랑에 기댔다. 실제로 미얀마는 도시 노동자 평균 월급이 30만 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현지인들은 1,000원가량의 복권을 사 미래의 행운을 기원하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쿠데타 전 문민정부 복권부가 발행했던 '아웅 바 레이' 복권은 매달 4,000만 장이 팔리면서 정부에 매년 수천만 달러의 수익을 안겨 준 바 있다.
다만 쿠데타 이후 군정의 복권 사업은 '개점 휴업' 상태다. 복권 기금이 군부 운영자금으로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전국적으로 불매 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판매 부진은 이미 구매한 복권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기도 했다. 군정은 복권이 팔리지 않자 3월 이후부터 추첨 행사를 미뤘으며, 현재 대다수 복권 판매점도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