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펜스에 검문소까지… 경찰, 광복절 집회 원천봉쇄

입력
2021.08.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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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집회 없어… 곳곳서 산발적 1인 시위
국민혁명당, 경찰 통제에 장소 옮겨 기자회견

광복절 당일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서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열렸지만, 경찰이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차벽과 펜스로 통제하면서 대규모 집회로 번지진 않았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186개 부대 1만5,000명의 인력을 배치해 도심 집회를 원천 봉쇄했다. 도심으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와 다리 등 81개소에 검문소를 설치해 무대 설치 차량, 집회시위용품을 실은 차량, 관광버스 등을 검문했다.

그럼에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과 광화문광장 등지에선 국민혁명당 등 일부 보수단체들이 전날에 이어 이날도 1인 시위와 집회를 열었다.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광장 등은 경찰이 전날부터 펜스와 차벽으로 차단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다만 종로3가 인근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채 '문재인 퇴진' '박근혜 대통령 사면' '검찰개혁' 등을 외치는 1인 시위자들이 경찰과 충돌해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종묘 인근에 1인 시위자들이 모여들자 "순수한 1인 시위만 허용하니 감염병 예방을 위해 모여 있지 말고 계속 이동해달라"며 여러 차례 해산 안내방송을 했다. 그러나 성조기를 든 한 중년 남성은 경찰을 향해 욕설을 하며 "경찰이 더 많이 모여 있다"고 항의했고, 곳곳에서 "이게 나라냐" "왜 제지하냐" 등 반발이 일었다.

주말인데도 도심 지역은 차량 검문 등의 영향으로 일부 정체가 빚어졌다. 을지로3가역 부근에서 차량에 태극기를 꽂은 차량이 검문에 걸리기도 했다. 운전자는 "집회에 참가하러 온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경찰이 제지하면서 한동안 실랑이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차량 검문과 펜스 설치 등으로 불편을 겪었다. 종각역과 시청역, 광화문역 일대에선 역 출입구를 중심으로 펜스가 설치돼 길을 돌아가거나 경찰에 행선지를 말해야 이동이 가능했다. 출근 중이던 박모(34)씨는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한참을 돌아가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광화문역 인근의 한 편의점 직원은 "이틀 연속 거리가 통제되다 보니 손님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끌고 있는 국민혁명당은 이날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예고한 뒤, 장소를 여러 차례 바꿨다. 당초 동화면세점 앞에서 할 예정이었지만, 새문안교회로 바꿨다가 다시 동화면세점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경찰 통제로 이동하지 못하자, 결국 새문안교회 앞 인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경찰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차벽과 펜스로 면세점 근처를 에워싸고 행인들을 모두 검문하는 등 철저하게 통제했다.

국민혁명당 부대표 고영일 변호사는 "통상적 정당 활동과 국민의 자유를 박탈하는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나왔는데, 이동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되는 모습을 목도했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원다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