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직폭행이라는 죄의 무거움

입력
2021.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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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직폭행으로 12일 1심에서 유죄를 판결받은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의 거취 논란이 일고 있다. ‘검언유착’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칩’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또 다른 폭행 피의자 정 차장검사에 대한 징계 등 후속 조치를 둔 갑론을박이다. 법조계 일각에서 당장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당장 필요한 조치가 뭔지 검토해 보겠다”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독직폭행죄는 단순 폭행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현행법은 검찰, 경찰 등 인신구속(사람의 신체를 제한하거나 속박)의 권한을 가진 공무원이 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폭행 또는 가혹 행위를 했을 경우, 독직폭행 혐의로 처벌토록 하고 있다.

이는 당연히 국민 보호 목적이 크다. 수사 등의 목적만을 내세워 폭행 등 과정의 불법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문 및 구타 등의 방식으로 자백을 받아내거나, 수사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는 행위, 이미 한국 검찰과 경찰은 이 같은 전력의 부끄러운 과거가 있었기에 더더욱 철저히 지켜야 하는 법의 명령이다.

물론 피치 못할 사정이란 건 언제나 존재한다. 이번 사건처럼 압수수색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물리력’을 써야 할 때도 분명 있다. 형사소송법이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에 있어 개봉 등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며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이유다.

이 역시 필요한 최소한도의 물리력 행사에 그쳐야 한다는 사실에 이견을 달 사람은 거의 없다. 법조계 역시 압수수색은 물론 모든 수사 과정에서는 매우 낮은 단계의 폭력이라도 절대 행사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수사의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해서 폭력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수도권 법원 부장판사)라는 얘기다.

독직이란 말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직(職)을 모독(瀆)한다’는 말 자체가 공무원으로서 직무를 더럽히고 욕되게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법은 독직폭행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형과 함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벌까지 가능토록 하고 있다. 실제 정 차장검사도 1심에서 1년의 자격정지 명령을 받았다.

따라서 박범계 장관이 보인 인식은 그 자체로 매우 유감이다. 독직폭행의 사실관계가 재판을 통해 드러났음에도, 정 차장검사에 대한 거취 결정을 주저하고 있다는 건 결국 ‘목적(압수수색)을 위한 절차(폭행)의 정당화 시도’로밖에 안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장관은 취임한 이래로 줄기차게 '인권과 절차의 정의'를 강조하지 않았나. 지금이라도 절차의 폭력성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인식하고, 정 차장검사의 거취에 대해 빠르고 납득 가능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상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