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군부 협박 무시' 미얀마 산소공장, 시민 생명줄 지탱한다

입력
2021.08.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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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의 산소 통제령·추천서 유명무실
산소공급 안정화… 코로나 확산 주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사태 속에 살고 있는 미얀마의 시민들이 치료용 산소 공급망을 힘겹게 유지하고 있다. 쿠데타 군부의 산소 독점 지시를 무시하고 응급 환자를 우선하면서, 자신들의 생명만큼은 스스로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15일 프론티어 미얀마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군부는 지난달 12일 "모든 미얀마 내 산소는 군병원과 군 산하 치료센터에 우선 공급하고 민간에 대한 개별 판매를 금지한다"고 공표했다. 이후 같은 달 20일에는 친군부 인사를 수장으로 한 각 지역별 산소지원위원회를 구성해 "산소가 필요한 시민들은 산소위에서 직접 필요성을 소명한 뒤 받아가거나, 산소위의 추천서를 받아 산소를 충전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미얀마 산소공장들은 군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지역 산소위에 형식적으로 하루에 40리터(ℓ)가량만 제공한 뒤, 나머지 물량을 선착순으로 시민들에게 공급한 것이다. 양곤 북부의 한 산소위원장은 "(친군부 인사들이) 산소위에 찾아와도 도와줄 방법이 없다"며 "현재로선 찾아온 이들을 여러 산소공급선을 갖고 있는 시민사회 자선단체로 연결해주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라고 말했다.

군부의 추천서도 똘똘 뭉친 시민들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산소위의 추천서를 제시한 인원들도 일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산소 충전을 위해 줄을 서야 한다는 얘기다. 충전 우선 대상은 응급 상황임을 증명하는 의료진 확인증을 가진 인원이 유일하다. 양곤 사우스다곤의 한 산소공장 관계자는 "군부의 압박 속에 시민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게 어려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업계는 국민의 복지를 위해 최대한 차별 없이 산소를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 기능을 못하는 군부 산소위는 존폐 위기에 서 있다. 실제로 군 혹은 군부정당 출신인 구청장이 겸임하는 산소위원장들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줄줄이 자리를 내놓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사가잉주에선 최소 24명의 위원장이 사임했으며, 만달레이의 한 위원장은 같은 달 27일 지하반군(UndergroundㆍUG) 세력에게 총상을 입기도 했다.

예상 못한 산소공장의 저항에 군부는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산소공장 관계자들을 일시에 체포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자신들도 산소를 공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얀마 내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 군부의 산소통제가 잠시 유효했던 지난달 22일 6,701명까지 치솟았던 일일 확진자 수는 자가치료 중인 시민들에게 산소가 다시 공급된 7월 말 이후 평균 3,600명 선까지 떨어졌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