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좌우로 돌아가거나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을 ‘사경(斜頸)’이라고 한다. 특히 어린이 사경은 출생 직후부터 5개월 이전까지 영ㆍ유아에게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난다. 치료하지 않은 채 성장하면 눈·이마·턱 등 얼굴 부위가 비대칭적으로 변하거나 척추측만증이 나타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경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만6,714명이다. 이 중 영ㆍ유아(0~9세)가 64.8%(1만823명)를 차지했다.
김재원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사경은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2차 변형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린이 사경의 대표적인 증상은 아이에게 젖을 먹이거나 재우려고 할 때 아이 머리가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어 부모가 반대로 돌리려고 하면 자꾸 원래 방향으로 돌아가거나 아이가 울고 보챌 때, 아이의 목 부위에 딱딱한 멍울이 만져질 때, 아이 뒤통수나 이마ㆍ눈ㆍ턱 모양이 비대칭일 때,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거나 앉혀 놓으면 한쪽으로 쓰러질 때 등이다.
영ㆍ유아에서 목이 기우는 원인은 다양하다. 어린이 사경의 60~70%를 차지하는 선천성 근육성 사경을 비롯, 자세성 사경(발달성 측경), 안성(眼性) 사경, 뼈에 의한 사경 등이 있다.
어린 자녀가 사경 증상을 보일 때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릴 때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치료 효과는 물론 얼굴 비대칭이나 턱관절 문제, 척추측만증 같은 2차 문제를 막을 수 있다.
김재원 교수는 “성인기에 발생하는 어른 사경은 목 주변 근육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는 연축성 사경으로 근긴장이상증일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어린이 사경은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하는 사경일 가능성이 크고, 진단ㆍ치료법도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어린이 사경 치료의 1차 목표는 목 정렬 상태를 올바르게 교정하고 아이의 두상과 얼굴 변형을 예방ㆍ교정해 대칭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근육성 사경은 근육 내 종괴로 인해 흉쇄유돌근 길이가 짧아졌기에 스트레칭으로 치료해야 한다. 김재원 교수는 “생후 3~4개월 이후에는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이 늘고 목을 스스로 가누게 되면서 아이의 물리ㆍ정서적 저항이 급격히 늘어난다”며 “종괴가 동반된 근육성 사경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면 생후 3~4개월 이전에 자녀의 사경 증상을 조기 발견ㆍ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재활 치료 후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원인에 따라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이 때에도 적절한 재활 치료가 뒷받침돼야 효과가 있다. 재활 치료 기간은 원인과 치료 전의 운동 범위 제한 정도, 기울기 등에 따라 달라진다. 목 부위에 종괴가 있으면 더 길어질 수 있다.
김재원 교수는 “사경증을 방치하면 턱이 한쪽으로 돌아가 얼굴이 틀어지고 나아가 척추와 어깨, 골반까지도 심하게 변형될 수 있다”며 “특히 사경 원인을 잘못 진단해 재활 치료하다간 증상이 심해지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경험이 많은 소아 재활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