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에서 여성 부사관(32)이 상관에 의해 성추행당했다고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평택 2함대 사령부에 근무하던 성추행 피해자 A 중사가 12일 오후 부대 숙소에서 안타까운 모습으로 발견됐다. 공군 여중사가 상관 성추행으로 고통을 호소하다 세상을 떠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판박이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이번 사건은 의문투성이다. 피해 호소 이후 두 달을 넘겨 조사가 이뤄졌고, 조사 개시 사흘 뒤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건이 터지면 조직 보호를 앞세워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쉬쉬 하며 사건을 은폐하는 관행이 여전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과 국방장관까지 나서 강조한 성폭력 척결 의지가 무색해진 것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공군 이 중사 사건이 공개된 지 6일 뒤 A 중사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은 충격적이다. A 중사는 5월 27일 함께 식사하던 B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자 바로 주임상사에게 알렸으나, 군의 조치는 가해자를 불러 경고하는 데 그쳤다. 심리치료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분리조치는 74일 뒤에야 이뤄졌다.
이 같은 안이한 조치로 오히려 가해자는 A 중사를 불러 술을 따르게 하고 악담을 퍼붓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다. A 중사는 업무에서 배제되는 따돌림 정황까지도 가족에게 호소했다. 늑장보고와 사건 무마를 위한 회유와 협박, 지휘관들의 2차 가해 끝에 숨진 이 중사 사건과 거의 동일한 것이다.
군은 이번 사건을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게 엄정한 수사로 책임을 밝히고 국민과 유족 앞에 사과하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사건에 격노하며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처럼 툭하면 사건이 터지고 그때마다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기를 반복하는 군의 추락은 만연된 기강 해이와, 무사안일이 아니고선 설명이 되지 않는다. 누구보다 6차례 대국민사과에도 군에 경각심을 주지 못한 서욱 국방부 장관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