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패전일을 앞두고 현직 일본 장관들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4월 전례를 볼 때 공물을 보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기시 노부오 방위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장관이 태평양전쟁 종전일(15일)을 이틀 앞둔 13일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장관의 참배는 2016년 12월 이나다 도모미 당시 장관 이후 현직 방위장관으로는 처음이다. 기시 장관은 지난해 8월 13일에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지만, 당시는 각료 신분이 아니었다.
니시무라 장관은 야스쿠니신사 본전을 참배한 후 ‘중의원 니시무라 야스토시’라고 쓴 공물 ‘다마구시(玉串ㆍ비쭈기나무에 흰 종이를 단 것)’를 사비로 봉납했다. 니시무라 장관은 취재진과 만나 “조용하게 참배했다”며 “희생당한 영령(전몰자)의 안녕을 기원하고, 일본이 전후 걸어온 평화국가의 길을 한층 진척시키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현직 장관들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반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246만6,000여 위 중 90%에 달하는 213만3,000위는 일제가 대동아전쟁이라 부르는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게다가 이곳에는 일제 패망 후 도쿄 전범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을 거쳐 교수형에 처해진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7명과 무기금고형을 선고받고 옥사한 조선총독 출신인 고이소 구니아키 등 태평양전쟁을 이끈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일제 침략으로 고통을 겪은 주변국이 야스쿠니신사를 ‘전쟁신사’로 인식하는 이유다.
다만 스가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지지통신은 관계자를 인용해 스가 총리가 직접 참배하지 않는 대신 다마구시를 사비로 봉납할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통신은 총리, 장관의 참배에는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뿌리 깊기 때문에 스가 총리가 외교상의 '배려'를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취임해 총리 자격으로 첫 패전일을 맞은 스가 총리는 그해 10월 추계예대제와 지난 4월 봄 춘계예대제 기간에 ‘내각총리대신 스가 요시히데’라는 이름으로 공물을 바친 바 있다.
외교부는 일본 장관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항의했다. 외교부는 이상렬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이날 오후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이날 관련 입장에서 "기시 장관이 과거 식민지 침탈과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한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