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행선지는 삼성 서초사옥이었다. 재계에선 정부가 경제 위기와 백신 수급 어려움 등을 들어 이 부회장의 역할론을 기대하는 만큼, 이 부회장이 경영복귀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거란 예상이 나온다.
이날 재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출소한 직후 곧바로 서울 강남구 서초사옥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장단을 공식 소집해 회의를 주재하지는 않고, 집무실에서 밀린 업무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한동안 잠행을 거듭하며 신중한 행보를 보였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청와대는 이날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두고 "국익을 위한 선택", "위기 상황 속에서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역시 자신의 가석방을 둘러싸고 찬반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란 걸 잘 알지만, 국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 부회장은 출소 후 "국민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재계에선 수일 간 업무 복귀 준비를 거쳐 이달 내 경영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 복귀를 선언한 만큼 그간 밀린 의사결정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에 20조 원 규모 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도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 부회장 복귀를 계기로 삼성이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과감한 투자로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삼성이 하반기 대규모 투자와 채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수급과 관련한 역할도 주문받은 만큼 모더나 위탁생산을 맡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첫 경영 행보로 삼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 내부에서도 총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인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TSMC 등 경쟁사가 올해 CEO 중심으로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만큼 총수 복귀에 따른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5년간 취업이 제한되고 법무부의 보호관찰도 받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해외출장에도 제약이 따라 글로벌 인맥을 활용한 백신 특사로 나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삼성 역시 "복귀 일정 등 향후 행보와 관련해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남은 2건의 재판에도 계속 대응하면서 회사 경영 활동, 사회적 역할 등까지 해야 하니 부담이 막중할 것"이라며 "재수감과 재석방을 거쳤으니 몸을 추스르며 향후 행보를 구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