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은 절대 안 돼”…中, 바이든이 깐 멍석에 재 뿌리기

입력
2021.08.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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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2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中 반발] 
①WHA와 달라, 대만 총통 참석 차단 한계
②"전례 없는 후폭풍", 中 전투기 출격 엄포
③"APEC 방식으로"...친강 "대만 문제 민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12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열겠다고 밝히자 중국이 다급해졌다. 미국이 세계를 ‘민주 대 반(反)민주’ 이분법으로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못마땅하다. 무엇보다 중국의 ‘레드 라인’을 무시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회의에 참석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대만해협에 전례 없는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며 군사개입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①WHA와 달라... 中, 차이잉원 참석 막기 역부족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월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대만은 강력한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대만을 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고 공언했다. 블링컨 장관이 대만을 국가로 언급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대만은 이 발언을 되새기며 고무된 반응이다. 대만 외교부는 12일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에 “미국의 초청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적극 화답했다.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대만의 존재를 성공적으로 지운 전례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의 경우, 대만은 2009~2016년 옵서버로 참가했다. 이후 차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과 사이가 틀어져 2017년부터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WHO 사무총장이 초청장을 발송해야 대만이 참가할 수 있는데 이 단계에서 중국이 집요하게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2월 정상회의는 사정이 다르다. WHA와 달리 미국이 주최하는 회의여서 중국이 개입하기 어렵다.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작심하고 판을 벌이는 만큼 중국이 반발할수록 미국은 쾌재를 부를 공산이 크다.

②”APEC 방식으로 하자” 전투기 대만 상공 출격 엄포

이처럼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중국은 차선책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APEC은 회원 자격을 ‘주권국가(country)’가 아닌 ‘경제체(economy)’에 부여했다. 이에 대만도 1993년 APEC 첫 정상회의부터 꾸준히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다만 대만은 총통이 아닌 정치, 경제계 인사를 특사로 임명해 대표로 보내 왔다. 차이 총통 집권 기간에도 쑹추위 친민당 주석(2016, 2017년), 장중머우 TSMC 창업자(2018~2020년)를 대신 파견했다. 여기까지는 중국도 용인하는 부분이다.

반면 지난해 차이 총통의 APEC 회의 참석을 추진하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헛된 망상을 버리라”고 엄포를 놓았다. 실제 중국은 2001년 APEC 정상회의를 주최하면서 대만의 정회원 자격을 문제 삼아 대표단의 입국을 막는 강짜를 부렸다. 올해 회의는 11월 뉴질랜드에서 열린다. 환구시보는 13일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고 차이 총통이 다른 정상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면 인민해방군 전투기가 대만 상공으로 출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③백발마녀 만난 늑대전사 "대만 문제 가장 민감" 선공

중국 힘의 외교를 상징하는 ‘늑대전사’의 대표주자인 친강 주미 중국대사가 미국 수도 워싱턴에 부임한 이후 처음으로 12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났다. 지난달 중국 톈진에 다녀간 셔먼 부장관은 냉철한 이미지와 염색하지 않은 헤어스타일 때문에 ‘백발 마녀’로 불리는 강골 관료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미중 관계가 새로운 기로에 서 있다”면서 “소통을 강화하고 건설적인 관계 진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친 대사의 발언을 전했다. 하지만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친 대사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의 가장 민감한 문제”라며 “미국 측에 중국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12월 회의를 앞두고 벌써부터 양국 간 힘겨루기가 시작된 셈이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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