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만 잡던 시절은 옛말'...  與 경선 과열에 중진들 나섰다

입력
2021.08.13 12:00

"이재명 경기지사가 형과 형수에 대해 욕설한 부분들,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 지사의 인성에 대해서 인정할 수가 없다." (이낙연 캠프 설훈 의원)

"각 캠프 선대위원장들이 모여 공동으로 경선 결과 승복 선언을 하자. 존경하는 설훈 선대위원장이 화답하길 부탁한다." (이재명 캠프 우원식 의원)

최근 '경선 불복' 논란 발언을 두고 갈등하고 있는 이재명 캠프와 이낙연 캠프의 대표적인 중진인 우원식(4선) 의원과 설훈(5선) 의원이 또 한번 설전을 주고받았다. 설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인성'을 문제 삼았고, 우 의원은 설 의원의 '경선 불복'성 발언을 또다시 문제 삼은 것이다.

통상 선거전에서는 상대를 겨냥해 '입의 전쟁'을 벌이는 것은 대선주자 본인이나 대변인단의 몫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에서는 중진의원들의 역할이 눈에 띈다. 경쟁 주자의 신상과 과거 행적을 소재로 한 네거티브전이 가열되자, 캠프 내 의원 관리나 후방 지원을 도맡던 중진들까지 가세해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네거티브전뿐 아니라 지역 현장 표심 잡기에도 중진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인 조정식(5선) 의원과 이재명 지사의 최측근인 정성호(4선) 의원은 평소 도정을 챙겨야 하는 이 지사를 대신해 전국을 돌며 당원을 만나고 있다. 이낙연 캠프의 설 의원도 이날 전국 순회경선을 3주 앞두고 충북 청주에 짐을 풀었다. 첫 순회경선 지역인 충청에 열흘 정도 머물면서 중원 표밭을 다질 예정이다. 정세균 캠프에서도 김영주(4선) 의원이 최근 울산을 찾아 지역 간담회를 가졌고, 방송 출연 횟수를 늘려가며 '정세균 띄우기'에 앞장서고 있다.

각 대선캠프의 중진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최전선에 투입되는 건 그만큼 경선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캠프를 대표할만한 체급을 갖춘 중진들이 대선주자들과 역할을 분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뜻이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이 지사가) 주말에만 지역 순회를 할 수 있다 보니 지역에선 '다른 후보들은 자주 오는데 왜 이재명만 안 보이냐'는 불만이 있다"며 "이 지사를 대체할 만한 상징성을 가진 중진들이 직접 성의를 보여야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도 "경선이 과열될수록 상대 진영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고 말 한마디에 따른 후폭풍도 거세져 초·재선급은 위축될 수 있다"며 "내성이 강한 중진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진 입장에서도 경선 결과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돕는 후보가 경선에 통과해 대선에서 승리하면 조각 과정에서 '국무총리 0순위'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한 캠프 소속 중진의원은 "지금처럼 후보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상대 캠프에 몸담은 이는 중용하기 어려워진다"며 "그럴수록 후보 승리를 위해 화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