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초품아' 공약에..."학교·어린이를 부동산에 이용하나"

입력
2021.08.13 14:00
'1~5층은 학교, 6층부터는 공공임대주택'
'초등학교 품은 아파트' 등 불리며 회자돼
"어린이·청소년 당사자 이야기 들어 봤나"
"현존 '초품아'처럼 사는 곳 따라 사람 나눌 것"
비판 여론 속 "그만큼 부동산 심각" 더러 긍정론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공공임대주택 공약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특히 학교와 공공임대주택을 한 건물에 두겠다는 구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어떤 존재인지', '학교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 없이 학교를 부동산 정책에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정 전 총리는 10일 공공임대주택 10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이른바 '부동산 공급폭탄'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도심지의 국공립 학교 부지를 활용해 1~5층은 학교로, 그 이상은 주거공간으로 공급하겠다. 이런 식으로 서울에서만 20만 호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익숙치 않은 발상에 그의 공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크게 회자됐다.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초품아) 또는 '초등학교를 깐 아파트'(초깐아)라는 별칭도 붙었다. 현실의 주상복합 건물에서 따온 듯한 개념도도 공유됐다.


동시에 비판 여론도 일었다. 가장 문제시됐던 것은 '어린이·청소년 당사자에 대한 고려가 있었냐'는 것이었다. 정 전 총리 캠프 장경태 대변인이 SNS에서 '조용한 학교를 품은 주학복합', '통학혁명', '부모의 여유시간' 등 성인의 시각에 맞춰 홍보하며 더욱 의구심을 샀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장 대변인의 SNS를 인용하며 "이 정책의 초점은 전부 부모한테 맞춰져 있다. 학교 다니는 애들을 고려하긴 했나"(l**********_***)고 일침을 놨다.

다른 이용자들도 "학교란 어떤 곳인지, 어린이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깊이 생각하고 정책을 만들고 발언하라.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은 들어봤나"(a*********), "가뜩이나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이 사회에 학교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뺏으려 한다는 점, 교육을 경시하는 발언이라는 점, 학교 공간을 그저 부동산 부지로만 생각한다다는 점에서 말도 안되는 논리"(u*****_*******)라며 반발했다.


②외부인 출입이 쉬워 학생들 안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어른들이 살 아파트가 부족하니까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에게 온갖 위험을 노출시킨다는 얘기를 당당하게 한다"며 "정치는 누구만을 위한 것인지 투명해졌다"(r******_**)고 비판했다.

전자기기 정보 공유 커뮤니티 이용자도 "학교가 왜 담벼락을 다시 쌓고 있는지(생각하라)"라며 "어떤 경우라도 애들 안전을 생각해야 하는 게 학교인데 그걸 주거(정책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방*)고 말했다.


③현존하는 초품아(단지 내 초등학교를 둔 아파트)처럼 사는 곳에 따라 사람을 나누는 배타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초품아는 결국은 다른 아파트 (학생을) 밀어내고 특정 아파트만 공공의 이익을 독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C********)며 정 전 총리의 초품아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말이 좋아서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고 하는 거지 실상은 비슷한 경제력을 갖춘 부모를 둔 아이들끼리 모여서 교육받는다는 것"(S*********)이라고 봤다.

그밖에도 ④ 소음 문제 등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원에 학교가 휘말리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학교 인근 동네에서도 학교 급식실에서 발생하는 음식 냄새, 학교 운동회·음악활동·유지보수공사로 인한 소음 민원 등 일상적인 갈등이 발생한다"며 "같은 공간을 사용하면 더 큰 갈등의 소지를 안게 될텐데 신중하게 생각하고 제안한 건지(의문이다)"(영**)라고 말했다.


비판 여론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할 정도로 주택공급상황이 심각하다는 것 아닐까"(트위터 이용자 'j***_****')또는 "학교 공간이 낭비되는 느낌이 있다. 외부인 문제는 설계와 이용시간 동선 통제로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전자기기 정보 커뮤니티 이용자 '뢰****')는 긍정론도 더러 있었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