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방역 다 잘 된다"더니 확진자 최대... 文 '약속' 무색해졌다

입력
2021.08.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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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방역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고강도 거리두기를 “짧고 굵게 끝내겠다”고 다짐한 지 딱 한 달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대로 늘었다. 백신 수급 안정을 자신한 것도 결과적으로 빗나갔다. 문 대통령은 '추석 전 전 국민 70% 백신 접종 목표 달성'을 여러 번 공언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최고지도자의 낙관론은 위험하며, 정부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국민들의 희생적인 협조와 방역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서게 돼 우려가 크다”며 “성공적인 방역의 주인공인 국민들의 협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성공적 방역"은 다른 나라보다 확진자가 적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지만, 확진자가 급증하는 최근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올리며 “(고강도 거리두기를) 짧고 굵게 끝내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당시 일일 확진자는 1,100명 대였다. 이달 9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선 “고강도 방역 조치가 급격한 확산세를 차단하는 데는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223명으로 급증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변동폭이 있겠지만, 현재의 확산세가 두 달 이상 지속되면 신규 확진자가 3,000~3,500명까지 늘 수 있다”고 했다.

백신 도입 예측도 빗나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8, 9월 접종을 위한 백신 물량은 차질 없이 도입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추석 연휴 전까지 전 국민 70%(3,600만 명)에게 1차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모더나는 이달 한국에 보내기로 한 물량 850만 회분 중 절반 이하만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수급 차질과 관련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9일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확보한 백신 물량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해 반드시 목표 달성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 게 전부다.

문 대통령은 9일 '모더나 반쪽 공급'을 두고 "백신을 소수의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산 백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자. 백신 글로벌 허브 전략을 힘 있게 추진하겠다"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당장의 백신 수급과는 거리가 있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것은 국민 불안을 잠재우고 경제 심리의 지나친 위축을 막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숫자로 드러난 방역과 백신 수급 성과는 오히려 악화했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말'의 신뢰도가 상처를 입었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