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및 사모펀드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56)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9) 동양대 교수가 항소심에서 1심과 동일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사모펀드를 통한 미공개 정보이용 투자 의혹 중 일부 혐의는 무죄로 인정받았지만,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한 전부 유죄 판결은 항소심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1심에선 무죄였던 증거은닉교사 혐의가 유죄로 추가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엄상필 심담 이승련)는 11일 사문서 위조와 업무방해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 원 및 추징금 1,061만 원을 선고했다. 1심과 비교해 형량은 그대로 유지하되 벌금(1심 5억 원)과 추징금(1심 1억3,800만여 원)에 대해선 수위를 낮췄다.
우선 재판부는 딸 조민씨 관련,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보조연구원 △서울대 인턴 △KIST 인턴 △공주대 인턴 △단국대 인턴 △부산 호텔 인턴 등 7개 스펙을 모두 '허위'로 판단했다. 특히 논란이 됐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위해 만들어졌다"며 '위조'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역시 "허위가 맞다"고 선을 그었다. 2009년 5월 15일 센터가 주최한 세미나 영상 속 여학생이 딸 조씨인지 여부를 두고 공방이 오갔는데, 재판부는 "인턴 확인서의 내용이 모두 허위로 확인된 이상 딸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는지, 세미나 영상 여성이 맞는지는 따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서울대 인턴 확인서 허위 작성에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 전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정 교수가 △딸 조민씨의 허위 경력을 인식하고 △관련 내용이 담긴 자기소개서와 증빙서류 등을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할 때 제출하도록 해 △해당 대학들의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딸 조씨가 합격해 실제 합격했을 사람이 탈락하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입학사정 업무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심에선 유죄였던 정 교수의 사모펀드 비리 관련 혐의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정 교수가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운용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펀드를 통해 2차전지 기업 WFM 주식 12만 주를 장외매수했는데, 이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매수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다만 정 교수가 조씨로부터 WFM 군산공장 가동정보를 들은 뒤 장내 매수한 주식 1만6,772주를 미공개 정보 이용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부분, 차명 계좌를 이용해 금융거래를 한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본 부분은 1심과 동일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자산관리인 김경록씨에게 자택 및 사무실에 보관하던 PC, 저장매체 등의 은닉을 교사(지시)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다. 1심은 정 교수와 김씨가 동일하게 '본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정 교수는 주거지 압수수색이 임박한 상황에 지시 거부가 어려운 사람(김씨)에게 (증거를) 은닉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진실 발견을 어렵게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