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던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항소심을 통해 반전을 꿈꿨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사모펀드 관련 일부 혐의가 무죄로 바뀐 걸 빼면, ‘7대 허위 스펙’에 따른 입시비리 등 핵심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이 고스란히 유지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증거은닉교사 혐의까지 유죄로 떠안으면서 형량 변화도 전혀 없었다.
정 교수 측은 1심과 동일하게 딸 조민씨의 '7대 스펙(경력 확인서)'이 모두 사실이라는 점을 입증하고자 전력을 다했다. 특히 논란이 된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를 두고는 "정 교수에게는 위조할 컴퓨터 활용 능력이 없으며, 표창장 위조에 썼다는 '강사휴게실 PC'도 서울 방배동 자택이 아닌 동양대에 있었다"는 등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 결론은 1심과 달라지지 않았다. "정 교수가 2013년 6월 16일 자택에서 해당 PC를 사용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표창장 관련 파일이 작성·수정된 시간 즈음에 정 교수가 PC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정 교수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교수 측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 확인서의 진위 여부를 두고도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 딸 조민씨가 참석했다는 사실을 통해 인턴 활동의 진위를 입증하고자 했다. 정 교수 측이 항소심 재판 중 승부수로 던진 '딸 고교 동창 장모씨의 진술 번복' 역시 이 같은 전략 중 하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재판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씨의 세미나 참석 여부는 쟁점이 아니며, 정작 세미나 준비를 했다는 인턴십 기간에 활동한 증거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인턴십 확인서 내용은 허위”라고 결론 냈다.
여기에 증거은닉교사 혐의에 대한 1심 무죄는 2심에서 유죄로 탈바꿈했다. 정 교수는 검찰 수사가 임박하자, 자산관리인인 김경록씨에게 동양대 컴퓨터와 자택 하드디스크를 숨기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정 교수가 본인 사건 증거은닉에 가담한 것으로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주거지와 사무실 압수수색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증거가 다수 저장된 컴퓨터 등을 숨긴 건 방어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성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정 교수가 2018년 1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가 투자한 2차 전지업체 WFM의 미공개 정보로 주식 10만 주를 매수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유죄에서 무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WFM 실물 주권 10만 주는 정보 불균형을 이용한 게 아니라, 우선매수권 행사의 결과”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세 차익으로 벌어들인 범죄수익도 2억 원대에서 1,000여만 원으로 줄었고, 벌금도 5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선고 직후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 업무방해죄 법리 등에 대해 대법원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또 한번의 반전을 노리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정 교수에 대한 상고심 전망이 그리 밝지가 않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은 법리 적용을 따지는 법률심”이라며 “사실관계 인정이 끝난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해선 대법원 판단이 바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위법수집증거 주장 역시 1·2심에서 문제가 없다고 정리됐기 때문에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정 교수의 1·2심이 공통으로 결론 내린 '스펙 위조'로 인해 조 전 장관 역시 본인 재판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조 전 장관도 ‘7대 스펙’ 중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와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증명서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 교수 1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역시 증거은닉 범행에 가담했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