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 전쟁 선봉대 한국 응원한다"…미국은 왜 여의도를 주목할까

입력
2021.08.14 11:00
美CAF 마크 뷰제, 민주당과 공조하려 급히 방한
한국, 구글 인앱 규제 입법 성공한 첫 사례 될 수도
마크 뷰제 "포기 않는 민주당, 칭찬받아야"
조승래 "통상 마찰 우려? 美도 문제없다고 봐"

"구글과 싸우려면 당연히 한국으로 와야죠. 한국은 구글과 싸우는 최전선이자 이슈를 선도하고 있는걸요."

미국 앱공정성연대(CAF)의 마크 뷰제 창립임원(매치그룹 수석부사장)은 한국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초대형 IT(정보통신) 기업 구글의 '인앱(In App) 결제'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연대한 미국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들은, 한국이 이 이슈의 중심에 있다고 판단했다. CAF는 구글·애플의 앱 마켓 불공정 행위에 반대하기 위해 에픽게임즈, 스포티파이, 매치그룹 등 업체가 함께 만든 단체로, 전 세계 중소 규모의 앱 개발자·제작사를 대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글의 본고장인 미국의 기업가들이 구글과 전투를 벌이는데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이 IT 시장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구글 규제 관련 법안,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법제화될 경우 한국은 인앱 결제 규제 관련 입법을 한 세계 최초 국가가 된다.

뷰제 부사장은 민주당과 CAF의 국제 공조를 위해 급히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의 정치권, 특히 민주당이 구글의 불공정 경영에 맞서며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본 것. 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그는 "세계가 지금 다 관심을 갖고 한국으로 와야만 한다. 링에 같이 올라야죠"라며 "앱 생태계 미래가 바로 이 이슈에 걸려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사위·본회의 통과만 남겨둔 '구글 갑질 방지법'

뷰제 부사장이 말한 앱 생태계 미래 이슈는 바로 구글이 추진하는 인입 결제 의무화다. 구글은 인앱 결제 의무화를 통해 앱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수수료를 대거 챙기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상당수 나라에 비상이 걸렸다. IT 관련 벤처업계는 구글의 계획이 실현될 경우 앱마켓을 보유한 구글과 애플에 종속돼 앱 시장이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민주당은 구글의 야욕을 두고볼 수 없다며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맞섰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구글 인앱 결제 방지법' 또는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본회의 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앞서 지난달 20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이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처리만 남겨뒀다. 민주당은 8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구글이 10월 인앱 결제를 확대하겠다고 한 만큼, 그 전에 법제화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보면 앱마켓 사업자, 즉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운영하는 구글은 앱 개발자들에게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해선 안 된다. 또 다른 앱마켓, 애플 앱마켓이나 국내 원스토어 등에 진출하는 행위를 방해하는 걸 금지하도록 했다.

구글은 앞서 공식 블로그에 10월부터 변경된 수수료 정책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게임 콘텐츠를 구매할 때 사용하는 자사 결제 시스템인 인앱 결제을 모든 유료 콘텐츠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앱 개발자나 사업자가 자체 개발한 결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또 구글이 챙기는 결제 수수료도 15%에서 30%로 인상하기로 했다.


구글 '수수료 30% 인상'에 美 의회도 "이건 강도 짓"

미국에선 구글의 앱 결제 수수료 30% 인상에 '강도 짓'이란 비난이 나올 정도다. 뷰제 부사장은 "앱 개발자 중에서 수수료 30% 인상을 지지하는 개발자는 없다고 본다. 신용카드 수수료도 2~3%가 일반화됐다"며 "미국 의회 독과점방지위원회 위원장도 똑같은 말을 한다. '이건 강도 짓 아니냐'라고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고(故) 존 매케인 전 미 상원의원 수석보좌관 출신인 뷰제 부사장이 구글과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단순히 수수료 인상 때문만은 아니다. 구글이 인앱 결제로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그는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이나 통관 등 모든 일을 앱으로 하는데, 앱 세상을 두 회사(구글, 애플)가 독점으로 제어하게 둬야 하느냐"라며 "데이터와 사생활 보호도 관련 있는 문제로, 두 회사가 모든 걸 결정하게 둬야 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 의회의 상호 작용…미국서도 인앱 결제 규제법 발의

뷰제 부사장은 3일 국회를 찾아 민주당과 CAF의 정책 간담회에 참석했다. 구글 인앱 결제 방지 법안이 8부 능선을 넘은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민주당을 응원하고 싶은 생각에서다.

미국도 관련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 의원 6명은 11일(현지시간) '오픈 앱마켓 법안'을 발의했다. 앱을 유통하는 개발사들이 인앱 결제 외 다른 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법안을 발의한 리처드 블루멘탈 민주당 의원"앱마켓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의 약탈적 행위는 혁신을 억누르고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조만간 하원과 동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뷰제 부사장은 두 나라 의회가 서로 힘이 돼 인앱 결제 관련 규제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에선 15개 주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내년쯤 관련 법안을 발의할 주가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며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모두 한국에서의 성과를 바라보고 이를 바탕으로 입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미 통상 마찰 우려에…"구글이 韓 흔들려고 만든 얘기"

구글 인앱 결제 방지 법안 처리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통상 마찰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이 점을 이유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처리에 회의적이다.

뷰제 부사장은 이에 대해 "완전한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애플과 구글에서 한국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해 움직이지 못하게 겁을 주려고 만든 논리"라며 "미국 정부에 있는 여러 사람과 이야기해 봤는데 전혀 미국의 입장이 아니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법안을 발의한 조승래 의원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만약 이 법이 특정한 국가, 특정 기업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그런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 법안은 구글이나 애플만 상대로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앱마켓 사업자에 공통으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주한 미대사관 쪽에 '미 국무부에 공식 의견을 물어봐 알려 달라'고 요청하니 아직도 의견을 주지 않고 있다"며 "미 국무부가 주한 미대사관에 '어떤 의견 표명도 하지 마라'고 한 게 공식 견해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이 법안에 큰 문제가 없다고 봐 침묵한다는 게 조 의원의 설명이다.


방통위-공정위 대립에…조승래 "곧 정리, 8월 안에 입법"

주무 부처 역할을 누가 할지를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정리해야 할 부분이다. 공정위는 중복 규제 우려가 있어 방통위가 관리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조 의원은 이에 "특별한 영역이라 방통위가 규제하는 것으로, 중복 규제 문제는 없다"며 "다만 방통위와 공정위의 업무 영역 조정 문제가 남아 있지만 거의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뷰제 부사장은 한국이 법제화에 성공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호주, 인도 등 많은 나라도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구글이) 지금 이걸 막으려고 로비하고 돈도 많이 쓸 것"이라며 "그걸 꿰뚫어보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 민주당 의원들은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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