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가 민간 공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부 국공유지를 이미 임대 계약중인 주민에게 알리지 않은 채 시행업체에 몰래 팔아 넘긴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비상식적인 토지 매각을 놓고 시와 업체 간 유착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4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청주시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인 청원구 새적굴공원을 민간개발 특례사업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유지 일부(117㎡·35평)를 2018년 2월 사업 시행업체인 M사에 넘겼다.(지도)
당시 도유지였던 이 땅은 인접 토지주인 H씨가 2015년 1월~2019년 12월까지 5년 기한으로 임대해 경작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도유지 관리 위임에 따라 이 토지를 관리하던 청주시는 H씨와 공유재산 대부 계약을 맺고 임대료도 징수했다.
그러나 시는 대부 기간 중인 2018년 새적굴공원 민간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H씨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해당 토지 소유권을 M사에 이양해 버렸다.
대부한 국공유지를 계약 해지할 때는 당연히 해당 계약자에게 통보를 해야 한다. 국공유지 매각 때는 그 토지와 접한 지주에게 알리고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특히 이 땅처럼 인접 토지주가 1인(H씨)인 경우에는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당 지주에게 꼭 알려야 한다. 더구나 문제의 땅은 규모가 117㎡에 불과한데다 좁고 긴 띠 모양이어서 H씨 외에는 전혀 쓸모가 없는 자투리다.
하지만 청주시는 이런 규정이나 사정을 모두 무시한 채 해당 토지를 M사에 팔아버렸다. H씨 모르게 비밀리에 소유권을 넘기는 데는 단 10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H씨가 최근 자신의 땅을 개발하려다 임대했던 땅이 특정업체에 매각된 사실을 파악, 그 경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토지 매각으로 인해 H씨는 사업에 차질을 빚는 등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문제의 땅이 ‘알박기’ 형태로 H씨 토지와 접한 한쪽 도로 면을 완전히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M사는 “청주시의 협의 요청으로 해당 토지를 매수했을 뿐”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례사업자로 새적굴공원 민간 개발에 참여한 M사는 아파트 770세대를 분양해 상당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공원개발은 건설업체가 전체 면적의 70%를 공원으로 조성해 자치단체에 기부 채납하고, 30%를 공공주택 용지 등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H씨가 더 분한 것은 수수방관하고 있는 청주시의 태도 때문이다. 시는 토지 매각 과정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갈지자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직후 청주시 관계부서는 “사전에 토지주(H씨)에게 대부 토지 매각 방침을 전화로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H씨가 “어떤 연락도 못 받았다. 당시 통화내역을 조사하자”고 반박하자 “당시 담당자가 없어서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매각 과정을 조사하려는 충북도에는 “당시 토지를 임대한 사람이 2명이었는데, 1명에겐 공문으로 통보했지만, 1명에겐 통보하지 못한 것 같다”고 아리송한 답변을 내놨다.
H씨는 “억울한 피해자를 만든 새적굴공원 개발을 민간 공원개발 성공 사례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청주시가 어이없고, 원망스럽다”고 했다. M사에 대해서는 “공공개발 성격이 강한 사업으로 엄청난 사익을 챙긴 업체가 35평에 불과한 자투리 땅으로 억울한 시민을 만드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필요도 없는 땅을 갖게 된 M사가 ‘절대 팔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다”며 “ ‘알박기’가 분명하지만, 소유권이 넘어간 이상 시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충북도 측은 “도유지 매각 과정에서 임대 계약자인 인접 토지주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분명한 행정과실”이라며 “정식으로 민원이 접수되면 감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