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이런 광경일까. 거대한 숲을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시뻘건 불길 앞에서 인간의 힘은 너무도 미약하다.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의 가혹한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리스, 터키 등 남유럽과 북미 등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고온 건조한 기후와 강풍까지 겹치면서 전례 없이 맹렬하게 확산하고 있다. 인명 및 재산 피해 규모도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그야말로 최악의 여름이다.
그리스 전역에서는 불과 며칠 사이 50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해 마을마다 대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에비아섬. 벌써 8일째 치솟고 있는 화염이 섬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다. 산불은 섬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질주하듯 퍼지며 모든 것을 재로 만들었다.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소방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은 방화복과 헬멧 등 보호장구도 없이 며칠째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웃 국가들이 돕기 위해 나섰지만 산불의 기세를 잡기는 역부족이다.
터키에서는 남부 해안을 따라 열흘이 넘도록 화마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큰불이 잡히면서 겨우 소방당국의 통제하에 들어왔지만, 광활한 송림지대와 농지가 잿더미로 변했고, 수만 명이 집을 버리고 대피해야 했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와 사르데냐 지역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고, 알제리 수도 알제 동부의 산악지역에서도 거대한 산불로 숲과 마을이 황폐화되었다.
서울(605㎢)의 3배가 넘는 면적을 집어삼키며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로 번진 미국 캘리포니아의 '딕시 파이어(Dixi Fire)'는 발생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진화율이 21% 정도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지구 전역에서 위험이 커졌다면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즉시 나설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9일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지는 시기가 2018년 예측보다 10년 정도 앞당긴 2030~40년으로 판단했다. 그에 따라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197개국이 참석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26, COP26)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