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지수 등락에 베팅"… 1000억 원대 무허가 도박장 일당 검거

입력
2021.08.11 12:00
경찰 "HTS방식 이용 선물투자 유인"
모집책 고객 손실금 50%까지 챙겨

무허가 홈트레이딩 시스템(HTS)를 통해 불법 온라인 도박장을 개설, 선물지수에 베팅을 하도록 알선한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이 모집한 회원은 2,600명, 규모는 1,000억 원에 달했다.

강원경찰청은 도박장을 운영한 3개 조직 일당 43명을 도박공간 개설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해 10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83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은 몰수, 추징보전 했다.

일당의 총책 A씨는 2018년 7월 고향 친구인 B씨와 함께 HST방식을 이용, 620억 원대 도박장을 열었다.

이어 2019년 5월엔 또 다른 고향 친구인 C씨와 회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216억원 규모의 도박장을, 이듬해 9월엔 지인 D씨와 회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154억원 규모의 도박장을 운영하는 등 3개 조직을 거느리며 1,000억 원 규모의 도박장을 운영했다.

이들은 국내외 선물 거래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무허가 사설 HTS를 이용했다. 일명 '전문가'로 불리는 회원모집책을 통해 모집해 선물 지수 등락에 베팅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실제 정상적인 거래소를 통한 선물 투자는 수천만원의 증거금을 예치해야 하고, 일정한 교육을 받아 수료증을 받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일당은 사설 HTS는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나 소액으로 선물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회원을 유인했다.

실제 선물과 연계되도록 HTS를 만듦으로써 경계심을 허물고, 투기성을 높이고자 정상 투자보다 고배당이 가능한 '레버리지'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범행에 가담한 모집책 28명은 주로 선물 투자 전문 인터넷 방송 BJ 또는 선물옵션 정보교환 커뮤니티 운영자로 활동했다. 방송 구독자와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A씨 등이 운영하는 사설 선물업체가 투자 안정성이 높은 업체라고 홍보해 가입을 유도했다. 적게는 회원이 잃은 돈의 30%, 많게는 50%까지 수익을 챙겼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작 구속된 BJ 본인은 사설업체가 아닌 시중 증권업체를 통해 안정적인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통상의 선물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가 수수료를 챙기는 것과 달리 정상적인 선물 거래가 아닌 탓에 회원들의 손실금은 모두 이들 조직의 주머니에 들어갔다. A씨 등은 수익금 대부분을 고급 외제 스포츠카 리스비와 도박,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광고를 조심하고, 온라인 방송에서 주식 전문가가 추천하는 업체라고 해도 주의해야 한다"며 "선물거래 이용자들은 업체가 정식 허가를 받았는지 살펴보고, 증권사 등을 통한 안정적인 투자 거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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