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34·아르헨티나)가 프랑스 구단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한 가운데 프랑스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축구 사상 최고의 스타가 자국 리그에 합류한다는 소식에 감격하는 동시에 프랑스 1부 리그인 리그앙의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메시의 PSG행이 점쳐지자 프랑스에서는 일찌감치 축구팬을 포함한 전 국민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스포츠 전문 일간 레퀴프, 일간 르파리지앵, BFM 방송 등 프랑스 언론들은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메시 관련 사소한 소식부터 경쟁하듯 실시간 속보로 전했다.
프랑스 국민들은 '살아있는 축구 전설'을 보기 위해 현장 대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걱정은 잠시 잊은 듯 곳곳에서 메시의 모습을 보기 위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영국 일간 더선은 9일(현지시간) 메시가 파리 르부르제 공항으로 입국할 예정이라는 가짜뉴스에 수백 명의 PSG 팬 및 프랑스 국민들이 전날 밤부터 공항 인근에서 대기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메시가 아직 바르셀로나에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크게 실망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10일 메시가 마침내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은 일제히 그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성을 지르고 휘파람을 불었다. 메시의 입단 소식에 흥분한 프랑스 국민들은 메시를 환영하기 위해 공항과 홈 경기장인 파르크 데 프랭스(Parc des Princes)에 몰려들었다. 메시는 '여기는 파리입니다'(Ici c'est Paris)라는 PSG 슬로건이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은 채 공항 창가에 나타나 환히 웃으며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트위터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메시가 이미 파리에 도착했다느니, 아직 바르셀로나를 떠나지 않았다느니 하는 소문이 난무했다. 10일 프랑스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리그앙'(프랑스 1부 축구 리그의 명칭), '나세르'(현 PSG 회장), '여기가 파리다'(메시가 입은 티셔츠의 문구), '부르제'(메시가 입국한 공항의 이름), 30번(메시의 등번호) 등 메시와 관련된 단어가 차례로 올랐다.
메디컬 테스트를 받으러 가는 모습도 메시의 위상을 보여줬다. ESPN 공식 트위터 계정은 "파리가 메시를 위해 멈췄다"는 트윗에서 메시가 탄 밴 주위로 프랑스 경찰이 엄호하는 영상을 올렸다. 심지어 도로 곳곳은 통제됐다.
프랑스 BFM 방송은 메시의 데뷔전이 될 것으로 보이는 14일 스트라스부르전의 티켓 가격도 치솟았다고 10일 보도했다. 방송은 리그앙 스트라스부르전의 티켓이 이미 매진됐으며 그 가격은 우리 돈으로 135만 원을 넘겼다고 전했다.
FC바르셀로나는 6일 재정 문제를 이유로 21년 동안 팀에 몸담은 메시와 결별을 발표했다.
올해 6월로 계약이 끝난 메시는 바르셀로나와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라리가의 재정 규정에 발목이 잡혀 재계약을 할 수 없었다. 메시는 자신의 기존 급여를 50% 이상 깎는 조건으로 팀에 남고자 했지만 구단이 재정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떠나게 됐다.
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열린 고별 기자회견에서 메시는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는 "며칠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할지 고민했지만,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직 (팀을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해 더 큰 안타까움을 샀다.
메시가 자유계약 선수 신분이 되자 유럽 빅 클럽들은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 그는 그중 파리의 PSG를 선택했고 11일 PSG는 홈페이지를 통해 메시와 1년 연장 옵션이 있는 2년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10일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 메시는 "파리에서 빨리 내 축구 인생의 다음 장을 시작하고 싶다"며 "PSG와 파리 팬들을 위해 대단한 일을 하고 싶고 홈 경기에 어서 출전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PSG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의 우승이 간절하다. 네이마르(29·브라질), 킬리안 음바페(23·프랑스)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있지만, 2019-2020시즌 준우승에 머문 데 이어 지난 시즌에는 4강에 그쳤기 때문이다. PSG는 지난 시즌 리그앙에서 준우승에 머물러 이번 메시의 영입으로 우승을 노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아르헨티나 출신의 메시는 2000년 12월 13세의 나이로 유소년팀에 합류해 인생의 3분의 2를 FC바르셀로나와 함께 했다. 2004년 10월 FC바르셀로나 1군에 데뷔한 메시는 17시즌 동안 정규리그 474골을 포함해 778경기에서 672골을 넣으며 구단 역대 최다 출장, 득점 기록을 세웠다.
정규 리그 10회, UEFA 챔피언스리그 4회 등 우승컵을 35회 들었으며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또한 역대 최대인 6회 수상하며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메시의 이적 소식에 리그앙의 축구인들도 놀랐다. 리그앙 스타드 브레스투아의 감독 미셸 데 자카리안은 영국 스포츠바이블과 인터뷰에서 메시의 이적에 대해 "흥분된다"며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 리그(리그앙)는 너무 별로지만 메시가 온다면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이어 스포츠바이블은 리그앙이 유럽의 하위 리그라며 해외 팬들로부터 '농부리그'(낮에 농사를 짓다가 저녁에 잠깐 축구를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리그)라는 비아냥을 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메시가 PSG로 이적하면 다른 팀과 경기를 재미없게 만들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리그앙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축구팬들도 메시의 이적 소식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메시의 이적과 관련된 소식이 실시간으로 갱신됐다. 유튜브에 올라온 관련 영상에는 많은 누리꾼들이 댓글을 달았다.
다수의 축구팬들은 FC바르셀로나의 상징과도 같았던 메시의 이적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21년 원클럽 맨은 진짜 대단한 것이다. 메시가 34세이니 반 이상을 한 팀에서 보냈다는 것. 진짜 팀을 사랑했다는 게 느껴진다"(m*********), "어릴 적 메시는 '내가 바르샤를 떠난다면 바르샤가 내보내는 상황일 것이다'라고 했다. 이게 현실로 다가오니 진짜 이상한 느낌"(카*)이라고 썼다.
또 "진정 팀을 사랑한 전설적인 선수. 팬으로서 너무 아쉽지만 꼭 돌아올 수 있기를"(밍**), "구단은 메시가 가져간 연봉보다 자기 팀에 이렇게 애정이 컸던 훌륭한 선수가 있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한다.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축구 선수"(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누리꾼들은 아쉽기는 하지만 PSG로 이적해 펼쳐질 메시의 새로운 무대가 기대된다는 반응도 많았다.
한 축구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PSG 가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메시가 다른 팀 가서도 잘할지 궁금하다"(A*****), "네이마르, 메시, 음바페가 어떤 조합을 보여줄지 기대된다"(w******), "은퇴도 아니고 이별도 아닌 새로운 시작. 프랑스에서의 활약도 기대된다"(김**)고 썼다.
또 "파리는 메시 영입을 잘했다. 전 세계에서 프랑스 리그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볼 듯"(불*)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