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유언이 춤이 되어 무대에 오른다. 순국 111주년을 맞는 올해 광복절을 계기로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예당)에서 창작 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으로 태어난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예당이 우리 고유의 예술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창작 진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이 작품은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으로 선정돼 초연됐다. 올해 공연에서는 의병대와 일본군의 전투 장면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의거 장면 등이 대폭 수정돼 작품성이 개선됐다. 11일 예당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문병남 안무가는 "특히 안중근 의사의 영웅적 면모에 더해 개인의 내면 세계를 춤으로 표현하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공연에서는 사랑하는 아내와 어머니를 둔 남편, 아들로서의 안중근을 묘사하는 장면이 대거 등장한다.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 누구보다 남편을 지지했던 아내 김아려를 향한 안중근의 마음은 애절하다. 죽음을 앞둔 안중근이 꿈에서 아내와 추는 파드되(2인무)는 작품의 백미다. 아들에게 의연히 죽음을 받아들일 것을 독려하는 비운의 어머니 조마리아의 울분도 고스란히 담겼다.
한 작품을 위해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M발레단 등 다양한 발레단 소속 무용수가 모였다. 안중근 역에는 윤전일과 이동탁이, 김아려 역으로는 김지영과 박예은이, 조마리아 역은 김순정, 민혜진이 캐스팅됐다. 김순정 무용수는 "클래식 발레와 창작 발레의 테크닉이 모두 포함돼 있어 한 작품을 보면서 발레의 여러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화려하고 세련된 연출도 작품을 돋보이게 만든다. 예컨대 무대부터 객석 측면의 벽까지 가득찬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가 관객을 1909년 하얼빈역으로 데려간다. 영상 콘텐츠 등을 활용한 장면 전환도 자연스러운데, 양영은 연출은 "최대한 무대가 단절되지 않고 인물의 감정선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기획됐다"고 말했다. 그리그나 림스키 코르사코프, 무소르그스키 등 민족주의 작곡가들의 음악이 사용돼 독립운동가의 심정을 대변한다.
예당은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이 창작발레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유인택 사장은 "안중근 의사 순국 112주년, 113주년이 돼도 민간 발레단을 중심으로 작품이 계속 공연돼서 광복절만 다가오면 기다려지는 공연으로 거듭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