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축산업은 가축에서 고기를 얻는 도축 방식으로 유지된다. 그런데 이에 대한 비관론이 끊이질 않는다.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가 90억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많은 인구를 먹이기엔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지금부터 기존 생산량에서 매년 2억 톤씩 육류 생산량을 늘리면 해결된다고는 하지만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재배할 경작지 면적을 그 속도로 늘리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구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전 세계 국가들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축산업을 통해 매년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글로벌 배출량의 14.5%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축산업은 환경친화적이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축산업의 미래는 배양육으로 귀결된다. 연구실에서 세포증식을 통해 얻게 되는 식용고기를 일컫는다. 가축을 기르지 않기에 기존 축산업에 비해 토지 사용량은 1%, 온실가스 배출량은 4%에 불과하다. 1등급 한우가 비싼 이유는 살코기 사이에 하얀색 지방이 그물처럼 퍼져 있는 ‘마블링’ 때문인데, 배양육에서는 이를 인위적 조작을 통해 쉽게 만들어낼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선 배양육 제품들이 세계 최초의 식품으로 허가된 바 있다. 향후 10년 내 식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배양육의 원리를 살펴봤다.
배양육의 토대인 세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와 근육위성세포로 나뉜다. 난자와 정자가 결합, 하나의 세포로 시작한 수정란은 세포분열을 통해 개체인 배아를 형성한다. 배아줄기세포는 배아 발생과정에서 추출한 세포로 혈액과 뼈, 피부, 간 등 한 개체에 있는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세포다. 이런 배아줄기세포를 화학물질 주입과 함께 인공적으로 근육세포로 분화하게 만든 뒤, 자양분이 되는 배양액에 몇 주 담가 놓으면 국수가락 모양의 단백질 조직이 만들어진다. 이를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들면 햄버거에 들어가는 고깃덩어리인 ‘패티’가 되는 식이다.
다만 최근엔 근육위성세포가 배양육 제조에 선호되는 추세다. 근육위성세포는 근육이나 피부에 상처가 나면 재생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근육위성세포는 근육조직으로만 발달하기 때문에 배양 과정에서 따로 화학물질을 주입할 필요가 없어, 인체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세포 채취가 이뤄졌으면 이를 배양약에 담근다. 세포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먹을 수 있을 만한 부피와 무게로 키우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배양액으로 주로 쓰이는 물질은 소의 태아에서 추출하는 혈청(소태아혈청)이다. 소태아혈청에는 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소들이 충분히 들어있고, 세포를 공격하는 원치 않는 면역 반응을 나타내지 않아 세포배양에 주로 쓰인다. 특히 소태아혈청은 열과 빛, 체내 활성산소가 많아져 생체 산화 균형이 무너진 상태를 말하는 산화스트레스 등으로부터 배양약 내의 중요 비타민 등을 지켜주는 단백질을 갖고 있어 세포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켜 줄 수 있다.
다만 소태아혈청으로 배양육을 생산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도축되는 소의 8% 정도만 임신상태에 있어 소태아혈청의 생산량은 상당히 적은 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소태아혈청의 ℓ당 가격은 1,000달러(110만 원)에 육박했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배양육 패티 1개(140g)를 만들려면 소태아혈청 약 50ℓ가 필요한 것이다. 단순 계산하면 현재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 1개 가격이 5,500만 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현재 글로벌 벤처기업들에선 소태아혈청을 대신할 배양액을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돼 당장 내년이라도 식당에서 표기하는 육류 원산지 표에서 배양육을 찾아볼 수 있게 된다.
배양육을 먹기 위해선 맛도 중요하다. 가격이 싸다고 고기가 팔리는 게 아니다. 국내산 한우가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듯 배양육도 맛이 있어야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현재 배양육은 세포들을 배양해 조직을 형성하면, 그 조직들에 색소나 풍미물질 등 식품첨가물을 넣어서 맛을 내고 있다.
고기가 띠는 붉은 빛깔과 맛은 주로 적색 색소를 함유한 마이오글로빈 등의 단백질과 마블링 같은 지방성분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최근엔 배양육에 인위적으로 마블링을 넣기 위해 소의 세포 중 지방세포를 배양, 고기의 토대가 되는 근육위성세포에 첨가하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 이 세포를 잘 배양만 하면 최고의 마블링을 가진 한우 1등급의 고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축에 좋은 사육환경과 먹이로 어렵게 마블링을 만들던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혁명에 가깝다.
여기에 배양육에 식감까지 더하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배양육은 세포 배양을 통해 만든 고기의 다발들을 틀에 넣어 뭉치는 패티 형식이다. 일종의 다진 고기인 셈이다. 하지만 입에서 씹어야 하는 식감 면에선 고깃덩어리와 비교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 도쿄대 연구진은 지난 3월 네이처 출판그룹에서 발간한 국제 학술지에 소고기의 질감을 그대로 모방한 근육조직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배양 틀에 나 있는 가는 홈들에 소에서 채취한 근육세포를 넣는다. 이런 틀을 여러 개 쌓고 근육세포를 배양하면 세포들은 틀 안에서 서로 합쳐져 한 방향으로 연결된 세포가 된다. 이후 두부를 굳히듯 틀들을 눌러 융합시키면 세포들이 붙으면서 하나의 고깃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도쿄대 연구진은 일본 식품기업인 닛신식품과 함께 상용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배양육은 이르면 향후 10년 이내에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동물복지와 환경문제, 육류 수요 해결 등의 이점이 많지만 배양육을 만드는 과정에서 혼합되는 화학물질의 인체 유해성 여부와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고기에 대한 거부감 등은 넘어야 할 벽”이라고 전했다.